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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Feb 25. 2022

내가 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100가지 이유

I love son just way he is.


눈을 마주쳤을 때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친 게 좋다.

기분 좋을 때 내뱉는 오- 우- 하는 너의 옹알이가 좋다.

안으면 나를 꽉 끌어안듯 양팔을 벌리는 그 작은 모션이 좋다.

너의 포슬포슬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좋다.

제스프리 키위를 닮은 뒤통수가 좋다.

정수리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좋다.

엄지와 검지로 붙어있는 턱과 목 사이의 살을 만질 때의 느낌이 좋다.

쌕쌕거리는 코에서 이따금씩 나오는 커다란 코딱지도 좋다.

배고플 때 짓는 아기새 부리 같은 입 모양이 좋다.

맘마 먹기 직전 나를 바라보는 너의 강한 눈빛이 좋다.

모유 먹을 때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가 좋다.

한 번씩 내는 새소리도 좋다.

오른쪽 귀의 작은 구멍, 나와 똑같은 자리에 있는 이루공이 좋다.

오른쪽 새끼손가락 끝에 하나, 왼쪽 세 번째 발가락에 하나 있는 혈관종마저 좋다.

가끔 보이는 오른쪽 뺨의 보조개가 좋다.

나를 닮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좋다.

기저귀 갈 때마다 다리를 쫙 피며 시원하게 쭉쭉이 하는 모습이 좋다.

몇 갈래로 접힌 양쪽 허벅지 살이 좋다.

모빌이나 흑백초점책에 한 시간씩 집중하며 보는 표정이 좋다.

총기 가득한 두눈이 좋다.

바운서에 앉아 모빌 보며 지휘하듯이 휘두르는 팔 동작을 보는 게 좋다.

안으면 목을 꼿꼿이 세우고 주변을 보는 너의 호기심이 좋다.

수유 중에 프라이버시라는 듯 종종 팔로 얼굴을 가리는 깜찍한 행동이 좋다.

배 위에 엎드리게 하면 끙끙거리며 등반하듯 오르는 최연소 클라이머 같은 모습이 좋다.

먹고 난 뒤 유난히 볼록한 너의 배가 좋다.

하트 모양의 예쁜 배꼽이 좋다.

크게 눈 뜨면 프리다 칼로처럼 하나로 보이는 짙은 눈썹이 좋다.

양쪽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자는 너의 모습이 좋다.

열심히 말 걸어주는 엄마에게 가끔 배냇짓 웃음으로, 또 옹알이로 반응해주는 게 좋다.


있는 그대로의 그를 사랑한다.

I love son just way he is.






완성하지 못한 글들이 쌓여가는

육아 50여일차.

이건 평생 완성되지 못할 것이며

또 좀 미완성이면 어떠랴 싶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100가지 이유'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그러니까 이것은 새해 첫 날 엄마가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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