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는 많은 책들이 펼쳐지고 안온한 분위기가 나를 감싼다. 어떤 서점은 그곳만의 향기도 난다.
이런 매력 때문에 서점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꼭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서점 안을 산책하듯 한 바퀴 돌아도 되고, 책 제목을 훑어보기만 해도 재밌다. 요즘은 감성적인 표지도 많아 디자인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도 잘 이용하지만, 손에 닿는 책의 종이 질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괜히 책을 살짝 만져볼 때도 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부류에 속하진 못해도 꽤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 모든 게 확장되거나 전환된다. 또는 더 확고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인생과 인간에 대한 연륜이 쌓여도 비슷한 조직, 장소, 사람만 경험하다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이것이 일상에서의 한계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을 다양한 언어로 접하는 순간, 시야와 사고가 뒤집혀 전환이 되거나 확장이 된다. 이때 느껴지는 기분은 파닥거리듯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머리와 가슴이 말랑해지는 것 같다. (더 뭐라 표현하고 싶은데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다) 이 기분은 장소가 주는 선물을 받을 때의 기분과 닮았다. 그래서 서점에서 단 몇 장이라도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자꾸 눈길이 가고, 발길이 닿는 서점 하나를 발견하면 한동안은 그곳을 들락날락한다. 한때는 신논현역에 있는 교보문고에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잠실역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아크앤북에 빠져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서점이지만, 북카페 색도 진한 곳이다. 서점과 북카페 중간에 속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다른 서점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는 듯하다.
이곳은 인테리어가 특이한데, 클래식한 도서검색대와 아치형의 터널 책장들이 독특하고 예쁘다. 나는 이 아치형이 주는 색다름과 따스함이 좋아서 눈길이 갔다.
계속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해준 건, 석촌호수 뷰였다. 통창을 통해 보이는 석촌호수는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어서 책 읽기 딱 좋다. 특히 계절감도 잘 느낄 수 있어서 벚꽃 필 때나 단풍잎이 가득할 때 가면 더 좋다. (나는 아직 푸릇푸릇한 뷰만 봤다.) 덤으로 시기별로 달라지는 호수 위에 뜬 초대형 풍선도 볼 수 있다.
창가에 앉아 호수도 보고, 귀여운 초대형 풍선도 보면서 책을 읽으면 평화가 느껴진다. 처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책을 읽는 순간은 늘 그랬다.
평화는 평소에도 바라는 것이지만, 혼란스럽거나 힘들 때는 더욱 간절해진다. 그럴 때 잠시나마라도 그곳에서 평화를 느끼고 나오면, 대리만족이 되는 듯하다. 거짓말처럼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질 때도 있었다.
‘아크앤북’이 건넨 선물은 ‘평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