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는 대낮

by 김준완

I 부 – 정오의 찰나


번개 치고 눈 내리고 달빛이 정오를 건너가던 날
꿈에서만 건너오던 너는 문턱도 없이
내 대낮 속으로 스며들었다


뜨거운 계절 한가운데 네 어깨 위에는
투명한 얼음이 새처럼 내려앉고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주변의 사물들이 먼저 숨을 죽였다


신호등은 색을 잃고 건물의 그림자들은 방향을 잊었다
시간이 천천히 물속처럼 출렁이더니
너의 웃음이 빛보다 먼저 내게 닿았다


그 순간 이후로 하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맑았고
내 손바닥 위에는 녹지 않는 한 조각의 차가움이
별처럼 가만히 떠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위에 떨어진 것을 닦지 않았다



Ⅱ부 – 횡설수설, 꿈결의 잔상


정오였나 자정이었나
번개 치는 설원 위로 달빛이 수직으로 꽂히던 대낮
문턱도 없이 네가 쏟아졌어
설탕처럼 내 핏줄 속으로 스며들어


신호등은 색을 잃고 그림자들은 주인을 버리고 달아나고
시간은 물엿처럼 끈적하게 출렁이는데
어깨 위엔 졸고 있는 투명한 얼음 새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세상이 먼저 숨을 죽이고


빛보다 먼저 도착한 네 웃음이 내 눈을 멀게 하고
툭, 하늘은 비겁하게 맑아졌는데
너만 없고 내 손바닥엔 녹지 않는 별 한 조각
이게 네 눈물인지 내가 훔친 조각인지
너무 차가워서 비명이 나오는데, 안 닦았어. 아니 못 닦았어


이게 없으면 네가 다녀간 게 꿈일까 봐
시린 손을 쥐고 횡설수설
너를, 자꾸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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