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돌아갈 길을 더듬다 보면
결국 너에게 닿을 것이다
인간이
눈을 찾다가
마침내 눈을 발견했듯이
인과를 찾다가 우연을 만나듯
나를 찾다 너를 만난다
행여 눈을 찾다 눈을 만난 인간들처럼
너와 나도
언젠가는 인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졸다 하품하는 뱀들만 생각나는 저녁
나는 너를 닮아간다
혓바닥 끝에 맺히는 서늘한 문장들과
허물을 벗듯 가벼워지는 자책들
발 밑에 차이는 것은
깨진 달빛이거나, 혹은 너의 그림자
우리는 서로의 목을 조르는 덩굴 식물처럼
뒤엉킨 채로만 자라날 수 있어서
가장 인간다운 사랑이란
결국 서로를 파먹으며 완성되는 허기일지도 모른다
눈(雪)이 눈(目) 속으로 쏟아져 들어와
온통 하얗게 멀어버리는 그 찰나처럼
너에게 닿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를 잃어버리고
너라는 긴 겨울의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