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시간이 방 안 귀퉁이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날 이후 세상은
미세한 금을 지닌 채 나를 따라왔다.
밤의 공원을 걷는다.
어둠 속에서 박쥐가 불쑥 말을 걸어올 때면
나는 이상하게 조금 지쳐버린다.
아마도 그들의 언어가
너무 가늘고 날카롭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에서는 철새들이
0과 1 사이, 그 가느다란 틈을 쉼 없이 오가고
바닥에 몸을 붙인 달팽이 하나가
그 명멸하는 궤적을 오래 응시하고 있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그것이 진실일 수 없음을 안다.
말은 태어날 때부터
진실을 알지 못하는 존재이므로.
그러니 당신이 아는 세상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
나의 세계 또한
입을 여는 순간 조용히 흩어져 버리니까.
어느 날은 비누 거품 가득한 손으로
살갗을 씻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이토록 얇은 막 하나를 닦아내는 일이
우습고도 서글퍼서.
당신도 나처럼
거품 속에서
잠시 자신의 이름을 잊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래도 내 생각을 슬며시 만져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오후에 피는 꽃들은
스스로가 오후임을
온몸으로 발음하고
나는 내일
꽃들이 건넬 인사를 듣기 위해
오늘 밤 깊은 잠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올해는
침묵하던 돌들이 소리 내어 울기 전에
길을 걸으며 꽃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우주가 태초부터 지켜온
고요한 약속,
케플러의 법칙을
아주 천천히 낭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