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erumie Apr 10. 2021

이야기가 있는 NFT 작품 만들기

11년 전, 프랑스에서는 국제학생증만 있으면 미술관과 박물관 입장료가 거의 무료였다.

워킹홀리데이 하러 떠났던 파리. 프랑스어를 못해서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예술 감상으로 기분을 풀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미술관과 박물관에 다니게 됐다.


처음엔 여행책을 들고 다니면서 유명한 작품을 보러 다녔다. 미술관에 입장하자마자 로댕, 드가, 피카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곳을 콕 집어서 직진했다. 주변엔 나하고 비슷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명작 앞에서 인증샷도 찍고, 괜히 작품 주위를 서성이다가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도대체 명작을 감상한 것 같지 않았다.


붐비는 관광객들에게 지쳤기 때문일까? 어느새 나는 여행책을 들고 미술관을 찾지 않았다. 그냥 전시관을 느긋하게 돌아보면서 눈길이 가는 작품들을 시간을 두고 봤다.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은 채, 당일날 그냥 내 눈에 걸리는 작품을 봤다. 그리고는 작품 앞에 앉아서 그림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했다.



작품을 보면서 나름대로 해석해보고 소화시키는 과정. 그때가 바로 예술을 즐기는 순간이었지 싶다. NFT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파리의 미술관에서 여행책 없이 돌아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누가 유명한 건지, 어떤 작품이 명작인지 잘 몰라도 좋다. 그저 마음이 끌리고, 시선이 가는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디지털 아트는 낯설고, 아직 잘 모르지만, 파리에서 미술관에 다니며 친해진 것처럼 더 알고 싶다. 알아가고, 참여하고, 그러면서 나만의 창작활동이라는 것을 해보는 거다. 창작을 할 때 꼭 한 가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그림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해 보는 것 :)





내래티브, 그림 한 장으로 이야기하기

배경과 사건이 있는 이야기, 책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 내래티브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를 내래티브라고 한다. 그런데 그림 한 장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한 장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배경, 인물, 숨겨진 상징과 의미, 그림 속의 모든 것들은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해 둔 단서들이다.


디지털 아트의 세계에서도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이야기 없이 단순히 형태와 움직임 자체로 아름다운 개체를 표현하는 작품도 많다. 하지만 많은 NFT 작품들이 클리셰, 메타포, 오마주, 미장센 같이 영화 같은 표현 기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지?

초반에는 우주나 초현실적인 배경의 작품이 많이 보였는데, NFT가 유행하면서 접근하기 쉬운 수준의 작품도 많이 늘어났다. 최근엔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유명한 캐릭터나 상징을 사용해서 살짝 꼬아 새로운 내용을 담는 패러디 형식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보인다.


인기가 많은 작품들은 저마다 뚜렷한 색깔이 있다. 표현 방법이나 기술은 둘째 치고, 작품마다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말을 일관성 있게 전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가 있을지 우선 종이에 적어봤다. 대부분의 주제들은 주로 일상생활의 짤막한 토막이어서 트렌드와 딱 들어맞지는 않았다. 원래 에세이를 준비하려고 모아둔 소재들이라서 그런가 보다.



한 가지 접점이 될만한 소재는 어떻게 이더린이가 되기로 했는지 지금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떻게 NFT 작품 민팅을 하는지 10분 만에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콘텐츠는 많이 있다. 하지만 진짜 처음으로 NFT와 이더리움에 대해서 공부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이더린이 시점의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그래, 이거다. 나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보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NFT 클럽하우스 채널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이더린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이더린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짜가 초짜에게 설명해 주는 느낌으로 코믹하고 가볍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정보 전달 형식의 이야기는 어쩌면 하나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담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웹툰처럼 컷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주고 컬렉션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NFT 작품들 중에서 연속적인 컷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고 나머지는 직접 해보면서 배워가야지!




금손이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

브런치에 쓰는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일러스트로 담을 만큼 금손이면 좋을 텐데,  사과 한 톨을 다른 사람에게 그림으로 그려서 전달하기도 힘든 똥 손이라서 작은 이야기부터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고른 나머지 소재들은 조금 더 깊고 어렵다. 하나는 뉴노멀 라이프스타일 관찰일기, 그리고 또 하나는, 해외 생활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최근 아시안 차별 문제로 불거진 인종 차별에 대한 나의 감정들을 비 정형화된 표현하는 것이다.


 

두 소재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지만, 감정과 생각을 작품으로 구현하려면 나의 표현력과 기술력을 레벨업 시켜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이더린이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틈틈이 스케치를 준비할 계획이다.


눈이 번쩍 뜨이게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NFT 작품들 속에서, 과연 이더린이는 어울릴 수 있을까?

이전 07화 NFT 새내기, 감히 예술을 하겠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