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
사람은 나무와 같다. 자신이 어떤 나무인지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다.
누군가는 샛노란 은행나무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투박한 소나무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작은 풀꽃 한 송이일 수도 있다. 뿌리는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소나무가 되고 싶어도 내가 은행나무로 태어났다면 나는 끝까지 은행나무인 것이다. 하지만 줄기를 얼마나 키울 것인지, 꽃을 피울 것인지, 열매를 맺을 것인지, 잎을 떨어뜨릴 것인지는 각자 하기 나름이다. 나는 평생 푸른 잎을 유지하는 은행나무일 수도, 샛노랗게 잎을 물들이는 은행나무일 수도, 은행을 맺어 떨어뜨리는 은행나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커다란 나무에 잎조차 달리지 않는가 하면, 끊임없이 싹 나고 꽃 피고 열매 달고 다시 시작하는 나무도 있다. 죽을 때까지 꽃이 시들지 않는 풀꽃도 있다. 어떤 나무로 태어나는지는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어떤 나무로 살지는 나에게 달렸다.
나는 어떤 나무로 살 것인가.
from. 2012년의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