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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느 Feb 18. 2022

시아버지를 살려야 하는 이유

내 아들이 슬퍼하기 때문에

아들이 운다. 그만 몸짓으로 통통한 볼살 가득

 세상에 호의만 가득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어린 나무 같았던 아들이 어느 새  가지처럼 훌쩍 자라  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 가는데...(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런 아들이 길게 누워 잠 자던 방 침대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들을까 숨죽여 우는 것이 아니라 쩔수 없이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소리내어 운다.

아주 어렸을 적 떼 쓰고 고집 부릴때 울던 날들 이후로 아들의 눈물을 본적이 없다.

내 마음 속에 슬픔의 낙엽들이 어진다.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지만 혼자 울게 내버려둔다. 금 이순간 우리집은 회색빛 절망의 연기로 가득하다. 앞을 볼수 없는 막막함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시아버지의 조직검사 결과를 의사에게서 듣고 참담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아들은 우리가 오기를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자기 방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의사가 뭐래? 췌장암 맞대? 상태는 어떤데?"

아들에게 이 모든걸 솔직하게 말해주는게 맞을까! 1초간 망설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4기이고 간과 폐에 전이 됬다는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씩씩거리며  자기 방 문을 쾅 닫고 들가더니 참을 울었다.


아들은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것 같다. 것도 아주 많이...


나는 결혼하면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됬고 첫째 아들이 태어났을때  부모님은 집안 이런 경사가 없다는듯이 손자를 애지중지 하셨다. 

원래도 어리고 미숙한 나에게 귀한 손자를 맡기지 못했는데 나의 직장 생활수록 바빠지면서 육아는 전적으로 시어머니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거의 하숙생처럼 집에 오면 잠만 자고 나가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우리 두 아들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엄마와 아빠 같은 존재이다.


 사실 나는 육아의 고충을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아들이 갓난 아기때 잠을 자지 않고 보채면 시어머니가 업어서 달래고, 열이 나서 밤새 울때도 본인이 밤을 새워 간호하면서 나에게는 직장 가야니까 일찍 자라고 하셨다.

그 외에도 무수한 시간 동안 아들의 엄마는 내가 아니라 할머니였다.


그래서 몇 년 전 분가해서 아들 둘을 내 울타리 속으로 데리고 나온 지금도 아들이 할머니라면 열 일 제치고 달려가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은 내 옆에 있지만 엄마의 체취는 저만치  떨어진 곳에 있나 보다.

약간은 씁쓸한 마음이 들지만 항상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야하는 것도 참을 수 있다.


아들은 할아버지의 병을 알고 난 뒤 친구들과의 온라인 게임도 한동안 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저녁  할아버지와 밥을 먹고 할아버지 옆에서 잠을 잤다. 리가 보기에는 너무 적은 양의 밥인데 항상 많다면서 이걸 어떻게 다 먹겠냐고 투덜거리며 밥을 덜어내려는 할아버지를 조용히 말리고, 그릇을 다 비울때까지 찬찬히 감시하고는 했다.

그리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여윈 할아버지의 어깨를 감싸고 속삭이듯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밤이면 나와 남편은 의례히 그래야 한다는듯 큰아들을 본가에 남겨두고 집으로 왔다.

어둠이 깔린 방안에서 손자와 할아버지는 어떤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며 매일밤 잠이 들었을까! 아주 오래전 건강한 남자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시간을 거슬러 다가올 미래를 바꾸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행복으로 충만했던 어느 봄날의 웃음소리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시아버지의 을 알고 난 뒤 거의 매일 시댁에 가서 저녁상려주고 시아버지의 상태를 살핀 것은 아들의 영향이 크다. 

아들이 슬퍼하면 내 세상도 한없이 슬퍼진다. 

 '엄마가 할아버지 꼭 살린다. 너를 위해서'

이런 치기 어린 다짐을 하고, 들더라도 꼭 살아주세요 라고 기도다.


그러고 보면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강한 모성애가 살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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