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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Feb 13. 2022

당신의 취향

-그 애매하고도 미묘한 세계



한참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던 J는 물었다.

“이런 내 모습 별로지?”

나는 답했다.

“네가 아무리 별로고 찌질하고 보잘것없어도, 그런 너도 누군가에겐 취향이야.”

3초 후 덧붙였다.

“그러지 않을까?”

자신 있게 종결형 어미로 맺었던 답에 금세 의문형을 덧붙이고 말았다.

이는 분명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과 혹 공감의 부재를 염려하는 나의 진심이었음이라.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J는 나의 답변에 흡족해했고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이 날의 대화는 자꾸만 입가에 맴돌았다.
취향에 대해.
그 애매하고도 미묘한 세계에 대해.    



그렇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밀, 알고 보니 남들도 다 아는 나의 부족함 또는 결핍.

사랑받고 싶은 욕심. 실은 누구보다도 질투가 많으면서 애써 아닌 척- 시치미 떼고 세상 혼자 쿨- 한척 하다 훗날 잔뜩 차오른 서운함에 연인과 다투며 펑펑 우는 나.

인정받고 싶은 욕심. 뭐든 잘 해내고 싶어 발끝까지 힘주고 늘 뒤에서 무섭도록 자기 검열을 하다 결국 남들보다 더 빨리 지쳐버리는 나.

아재 개그를 좋아하면서 좋아하지 않는 척 외면하는 나, 그래 놓고선 자기 전에 다시금 곱씹으며 분홍색 잇몸까지 드러내며 혼자 실실 웃는 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서는 고집을 부려 끝내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관철하고야 마는 고집스러운 나. 그러면서 눈물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렇게 장점 나열하는 것보다 단점을 나열하는 게 더 쉬운, 이런 내가 누군가에겐 그저 이런 내 모습 자체가 취향일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콩깍지인가.    


나의 결핍, 나의 부족함은 누군가에겐 제 모습과 닮아서 혹은 그 반대라 끌리기도 하겠지. 누군가에겐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정적인, 함께하면 의지가 되는 동료일 수도. 누군가에겐 한 번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일 수도. 누군가에겐 소싯적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아 조금은 위로하고 싶은 사람으로.


정말 어떤 누군가에겐 이런 내가 취향일 수도 있을까?



겁먹지 말자.

결핍 없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또한 이러한 결핍의 공통점으로부터 관계는 시작할 것이다.

당당하자.

나의 수많은 찌질함으로부터, 나의 수많은 결함으로부터.


생각하자.

‘이런 나도 어떤 이에겐 그저 필요충분조건, 취향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아무리 별로고 찌질하고 보잘것없어도, 그런 나도 누군가에겐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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