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대학 생활 3년 만에 처음 해보는 동아리이긴 했습니다. 딱히 안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어쩌다 보니 항상 공고를 놓쳤습니다….
용기를 무르지 않을 용기
정말로 오디션 전날까지 계속 취소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밴드를 하고 말겠단 다짐은 어디 가고 또다시 벌벌 떠는 유리 심장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이런 심장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문입니다(강화 유리인가…?).
그래서 지금 봐도 가장 기특하게 여겨지는 점은 취소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합격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결과는 이야기의 끝을 지켜본 사람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꾹 참았습니다. 말이 쉽지 꽤나고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가만히 있기'가 이렇게나어렵습니다!).그 순간만큼은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용기였습니다.
살 떨리는 밤을 보낸 다음 날
일렉기타와 만난 지 D+18일,오디션 당일이었습니다.멀쩡히(보이도록) 문을 열고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원동기가 오고 간 뒤 연주 실력을 보여드렸습니다. 긴장탓에 연습 때보다도 실력이 나오지 않아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친절하신 밴드부원들은 인내심 있게 짧은(그러나 느려서 길게 느껴지는) 곡을 견뎌주셨습니다.
그러다 기타를 산 지 한 달도 채되지 않았다 말씀드린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자연스레 '기타가 비싸 보인다, 몇백만 원 같다'로 시작해서 '그 정도는 아니고 멕펜(멕시코 펜더)이다'로 이어지고,'그런 용어는 어떻게 아시냐?' 하는 식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기타 리뷰를 읽은 진가가 발휘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보컬로도 지원했었기에 간단히 노래를 불러보고여차저차 오디션은 끝이 났습니다. 얼떨떨하게 신입생 환영회와 MT 일자를 듣고 있는데,속으로는왜 알려주시는 건지잘 몰랐습니다. 붙은 거냐고 묻기도 뭐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ㅋㅋ). 아직 결과 발표도 나지 않은 시점인지라 그냥 지원자마다 설명해 주시는 건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합격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인생에서 잘한 일'첫 단추를 끼운순간이었습니다.
걱정쟁이와실패할 여유
이제는 실패의가치도인정해 주는 시대라고 합니다.하지만 저같이 잔걱정 많은 사람은여전히 도전해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해보기도 전에'실패를 통한 성장보다 실패를 통한 상처가 더 크면 어쩌지?'와 같은것들을 재고있었기 때문입니다.따라서 진심을 다 해 부딪칠 수 없었습니다.진심이 산산조각 나면 그이후는 어떻게 될지상상이 가질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졸지에 스스로를 과보호하며남들 앞에서 '진정한 나'를 보여주고 다듬어 볼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겐 이작은 성취가저다운 삶을 발굴해 나간 첫 여정이나다름없었습니다. 저는 밴드부를 예시로 들긴 했지만 이것보다 더 작은 것이어도 상관없을 듯합니다. 산책하기, 듀○링고 하기, 짧은 눈인사하기 등. 별 것 아닌 것들이 요즘도 제 삶을 튼튼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실패도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는다'는 말이 제겐 맞았습니다.그 때문에 저스스로도 세상을 바쁘게 맛보았으면 합니다.하나에올인하면 하나가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더크듯이, 분산 투자의 느낌으로 죄다 저질러봤으면 하는 심산입니다.물론 과거의 저라면 또 이랬을 겁니다.일은 일대로 다 벌려 놓고 수습은 못하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쩌겠습니까⋯
잠깐 바쁘게 사는 거죠(ㅋㅋ).
그러면 어느 정도의 활동량이 제게 적당한 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첫 판에 다 안다면 저는 인간이 아니라 신일 겁니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