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가 Apr 26. 2021

나는 마약사범입니다

폐쇄병동과 마약 체험 정병러의 수기

*브런치 자체의 시스템을 몰라 다시 작성하는 이야기*


참 보통사람과는 다른 생애를 살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제가 별난 건지 아니면 제 주변이 별난 건지 인생 자체가 그냥 에피소드 천지입니다

저는 대마 흡연 전과가 있고 정신병원 폐병동에 입원하였다 최근 퇴원했습니다 그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없어 익명성에 기대어

조금이나마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때는 2020년 작년의 끝자락이었습니다 코로나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를 핑계로 집순이를 핑계로

점점 더 방 속으로 파고들다 어느 순간 심각한 대인기피증이 온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인관계의 교류가 끊이자 점점 더 우울해졌고 그것은 방 안에서 나를

더 고립시켰습니다 방에서 또 난방 텐트 안으로 숨어들어 그 안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인스타에는 우울한 냄새가 나는 사진들이

가득해졌고 그것은 약쟁이들이 동질감이나 어떤 흥미 등을 보일 좋은 먹잇감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중간한 예술가로 살고 있는 나는 어중간한 예술가를 만났고 그 어중간한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대마였습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어떤 이벤트 같아 보였고 지루한 일상에 별거 없는 존재인 담배의 모습을 하고 있었죠

뭐가 어려웠겠나요 그냥 대마 연기를 마셨고 참았고 죽어라 기침했습니다

모든 게 릴랙스 되고 컴 다운되면서 공간이 아늑하고 웃음이 터졌고 식욕이 당겼습니다

눈이 빛에 예민해지고 미각은 타고 넘어오는 음식마다 끝내주게 풍미가 가득하며 넘실거리며 넘어갔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그랬죠

음악과 영상이 환상적이게 느껴져 완전히 영상에 몰두했습니다 내가 마치 천재가 된 것 같았고 어떠한 초능력 같은 게 생긴 기분이었죠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지난 우울증으로 회색빛이 돌던 도시에 색색의 빛들이 입혀진 것 같다고 할까요 그렇게 한동안 미친 듯이 대마에 심취했습니다

하지만 thc라는 물질이 제 정신병을 발현시킨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대마 흡연 이후 저는 뭔가 많은 계획들을 세웠습니다

현실적인 부분부터 말도 안 되는 부분까지 그리고 다양한 공상과 망상 속에서 기분이 좋으니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되지도 않는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조증의 시작이었습니다 대마를 흡연 중 형사 세분이 오셔서 수사협조를 요구하셨고 저는 당황해서 그 자리에서

순순히 따라갔습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회색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대마에 취해 있던 저는 이게 영화인가? 하고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형사님들과 함께 근처 경찰서로 가서 수사실을 빌린 다음 a4용지를 내미시더군요 여기에 직접 머리를 80가닥 정도 뽑아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수사에 대답하고 있는 제 몰골이 참 초라하더라고요 그리고 난생처음 해보는 경찰 조사에

엄청나게 긴장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인생이 바닥까지 같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원래도 신경쇠약이었고 우울증이었고 대마는 금방 깨고

그 상황에서 멘탈이 금이 가는 게 귀에 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참을 울며 조사에 협조하였고 기소유예가 나올 것이라 하여도

저는 뭔가 사람으로선 저지르면 안 되는 죄를 저지른 것 같은 죄책감이 뒤늦게 들어 계속 멘탈이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이 죄를 인정받으려면 캐나다 국적을 가져야 하나 싶어 이민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점수가 나오지 않자 한 번 더 멘탈이 나갔습니다

그 시점부터였나요 말이 빨라지고 이상하게 자신감이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내가 생각하는 걸 말하고 싶고 상황판단은 전혀 되지 않으며

머리가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내 인생에 머리가 이렇게 빨리 굴러갈 때도 없었는데 말이죠 음.. 그게 조증이었나 봅니다

모아둔 돈을 자신에 대한 투자랍시고 다 써버리고 현실은 시궁창인데 머릿속은 꽃밭이고 내가 너무 유능한 것 같고 나랑 대화를 피하는 이들은

멍청하다고 생각이 드는 이상한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이 시기쯤 가족들이 나를 찾아와서 미쳤다고 하였고 나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과 미친 듯이 싸우는 시기가 오더군요 별거 없는 거에도 꼬투리를 잡고 니죽고 내 죽자며 아주 죽어라 물어뜯었습니다

그건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그렇지 않았는데 뭔가 핀이 나가버린 느낌이었죠 가족들은 내심 경악했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저를 살살 달래었습니다

제가 기다린 대학병원에서는 입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영문도 모른 체 다른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가족들은 저를 어르고 달래 겨우 입원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그냥 까이꺼 그냥 가지 뭐 하며 조증 상태라 쉬이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간호사가 제 짐을 보고 짜증을 내며 정리를 하셨는데 당시에는 제 짐이 그렇게 많은 건지 몰랐습니다

병실에 들어가서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탈의를 해야 했는데

엄청난 수치심과 유능한 내가 왜 이런 지시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입원 첫날 간호사와 한바탕 하고는 우울하게 무기력하게

병실에 누워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몰래

글을 쓰다 걸려 안정제를 주사 맞고 겨우 잠에 들었습니다

미동도 않는 할머니가 옆에서 시체 썩는 냄새를 풍겼고 그 욕창의 냄새를 처음으로 겪는 충격도

모든 것이 강압적이고 알 수 없는 룰들에 의해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내야 하는 것도 모든 것이 저에게는 낯선 일들이었습니다 하루를 보내고 나오니 거실의 역할을 하는 작은 티브이가 있는 방에는 어린 친구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다들 호의적이었고 증세는 심했습니다

팔다리에 온통 자해 자국이 가득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물품에 제한이 있는 것도 강압적인 간호사의

태도도 자해와 자살사고(병원에서는 그렇게 부릅니다)

가 빈번한 환자들을 저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면봉조차 반입이 안되더군요 그렇게 한정된 물건들을 가지고 단체생활에 던져졌습니다 안 그래도 개인주의고 히키코모리던 저는

이 기괴한 단체생활에 또다시 멘탈이 나갔습니다

단체생활 자체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전 검정고시를 봤던지라 더더욱 이런 생활이 두려웠습니다

집에서는 전화카드를 넣어주었고 그걸로 집에다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장 나가게 해달라고 하지만 가족들은

대마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끊은 대마를 언급하였습니다 저에게 대마는 의존성은 보였지만 금단증세는 없었습니다

그것이 억울하여 부들거리며 공중전화에서 주저앉았다 일어나니 몽롱하게 취한 아이들이 저에게 말을 걸었고 대답할 기분이 전혀 아니어서 그냥 훽 지나쳤고 방으로 달려가 우는대신 계속 잠을 자려고 발버둥쳤습니다 자는게 제일 편하고

사람을 대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침 점심 저녁마다 복도로

불려나와 바코드를 찍고 약을 먹은다음 입을 벌려 확인을

받았습니다 밥은 꽤 잘나오더군요 일반식 선택식 이렇게 나뉘고 선택식은 대체적으로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약들은 탄산리튬 아빌리파이 외 등등인데

아직도 이약중에서 어떤게  입맛을 변화시켰는지 궁금합니다 입안에서는 쓴맛이났고 저는 무얼 먹어도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와중에도 식탐은 기괴하게 올라서 먹긴 잘먹더라구요 다같이 탁구대를 식탁삼아 영혼없이 멍하니 밥을 씹어넘깁니다 저도 강한 약의 부작용으로 기력없이 그들와 마찬가지가 되었죠 말을 하는게 어눌해지고 생각이 이어지지않고 몽롱하게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게 전형적인 병원사람이  되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동질감같은게 생겼다고 할까요 병원에 있는 젊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하게 되었습니다 자해의 이유나 자살시도의 이유에 관해서 물었는데 뻔한 우울증 아니면 어떤 실패가 아니라 조현병에 의해 계시를 받고 자신도 모르게 하고있거나 스트레스 해소 어떤 재미나 놀이로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