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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침선생 Jun 01. 2022

방사선사 직업이야기

누워서 침 뱉기


방사선사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보통 그거 오래 하면 방사능 맞아서 암 걸리거나 수명 줄어드는 것 아니야? 자식에게 문제 생기는 직업이라고 하던데 괜찮겠어? 사진이나 찍는 찍사 아닌가? 이런 이야기는 한 번쯤 어쩌면 여러 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한, 실제 근무하는 방사선사의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 등을 보면 연봉, 업무 불만족 등의 적업에 대한 자괴감,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럼 왜 방사선사란 직군이 이 지경인지 자신을 뒤돌아 보고 현재의 처지를 알아야 해결 방법을 알 수 있을 텐데 정체되어 있는 방사선사의 현실을 한번 차근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넘쳐나는 졸업생 대비 은퇴자의 비율

방사선사 직업군 자체가 영상의학 장비의 발전과 함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의 경우 90학번까지는 2년제 91학번부터는 3년제로 바뀌면서 약간의 과도기를 거쳤고 현재는 보건대학의 보건학사 3년제, 학사과정 4년제 학제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 약 20~40 년 전에는 수요를 졸업자가 못 따라 주어 그나마 취업에 대해 수월했으며 상대적으로 대학병원급 자리도 여유로운 편이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야간 대학도 신설되어 이전 비면허로 일하는 직원에게도 면허 발급을 위한 교육과정으로도 학사과정이 이루어지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신규 대형 병원들도 많이 생겨나면서 CT, MRI, 치료방사선 등의 장비가 서로 경쟁하듯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동시에 수요도 늘어 취업의 자리가 많았지만 점점 포화상태가 되고, 그 당시 신입들 현재 40~50대가 주류를 이루는 소위 슛돌이라 불리는 관리자급에서는 아직 은퇴까지 먼 이야기로 생각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그만큼 신규 일자리가 발생하지 않고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학교는 많이 늘어 상대적으로 졸업자와 면허 합격자를 꾸준하게 많은 수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일어나는 세대 간의 격차로 특별히 방사선사 직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 사회 전반적 상황으로도 인식할 수 있지만 특별히 해당 직군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입니다.


2. 입결, 방사선과, 학제, 졸업 이후 학위에 관한 문제

단적으로 현재 대학 입시제도 상 비교우위에 있는 간호과를 생각해봐도 서울대를 위시해 연고대 및 국립대학 개설 간호학과 입결을 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사선 과에 비해 입결 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몇 등을 유지하던 상위 성적의 인재가 지원하고 있는데 반해 방사선과는 여전히 4년제 혹은 명문이라는 3년제라 하더라도 여전히 입시에서 그렇게 높거나 비중 있게 취급되고 있지는 않는 경향은 분명합니다.

아쉽긴 하지만 처음부터 방사선과를 목표로 입시 준비를 하는 사람도 아주 드물고(간혹 신기하게도 방사선사가 꿈인 중, 고생들도 가끔 보기도 합니다), 꿈이나 희망보다는 본인의 성적과 취업의 현실적 목적으로 입시와 학과 선택에 임하고 있어 선택한 과에 자부심, 사명감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입결이 직업의 연봉이나 처우의 바로미터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조직이던 조직의 리더가 되는 사람(상위 1%)들의 역량이 전체 직군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필수요소인데, 평균적으로 봐도 다른 의료 계열 리더들에 비해서도 여러 면에서 뒤처지는 현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연봉이 높고 대우가 좋아야 입결도 올라가고 리더들의 수준도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선순환이 이루어지기에는 인력 풀에 있어서 아직 부족하고 어려운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학 정원이 늘고 입학 학생 수는 줄면서 입학성적 하향 평준화된 것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느 정도 입결과 학력의 성공의 척도로 인식하고 반대급부 차별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 이를 초월하기는 쉽지 않고. 또한 3년제, 4년제를 졸업하고도 마땅하게 더 공부하거나 학위를 올릴 수 있는 석, 박사과정을 찾기 어려워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면서 방통대, 또는 공중보건학 등의 학제에 편입되어 관련 학위를 높이는 정도의 수준에 멈춰있는 것입니다. 


이는 방사선학과 교수진도 다른 직군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는 중요한 부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방사선 혹은 관련 학과의 석사 박사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기도 한 것도 추가적 원인일 수 있습니다.  

서울, 연고대급 탑티어는 아니더라도 국립대 수준의 방사선학과 개설이 필요하고 이에 걸맞은 석,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야 현재와 같은 면허만 취득해 취업하는 직업학교의 수준이 목표가 아니라 더 많은 교육 또는 전문성 카테고리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3. 정치력 영향력 부재

제 기억 속에는 대한방사선사 협회 자체가 존재감이 있었던 적이 없었고, 이번 간호법 개정과 같은 독소조항 제거 법령 개정 등에도 보면 본인들의 의료법 독소조항들에도 정치적 무관심인 것은 물론, 오히려 노력해서 쟁취한 간호법 개정을 반대로, 의사의 꼬봉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며 간조협과 더불어 재를 뿌리고 있습니다. 방사선사 출신 국회의원 배출은 언감생심이고 시, 군구 의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정치력, 로비력은 다른 비슷한 수준의 직군과 비교해서도 처참한 수준입니다.


직접 의료장비를 다루는 주체적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의사 의료기기 사용권한에 분쟁에서도 그냥 양측 눈치만 보는 정도의 취업희망자적 수준으로, 아마도 오래간 한 번도 주도적이었던 적이 없고 의사나 의료기관에 수동적으로 취업되어 먹고 살 정도로 지내왔던 직업의 특성의 발현이 아닌가도 합니다. 

의협의 모 전 회장처럼 머리 깎고 테이블에 머리 박으며 피를 보이는 그런 험악함까지는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존재감 있고 회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협회의 노력이라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2000년 초반 의료분야 파업 당시에도 방사선사 그룹은 파업을 거부하는 사측과 지지하는 노조 측으로 갈려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타 직군에 비해서 그렇게 많지 않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단합이 안 되는 것은 물론 민망하기 그지없게 본인들이 그렇게 무시하는 간호조무사 협회 보다도 못한 낮은 영향력과 정치력 부재로 인해 법안 개정 로비 등은 상상도 못 하는 현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4. 병원 규모별, 파트별 협력의 부재

학교에서부터 그렇게 특출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정도 수준 정도로 구성되어있는 집단의 특성인지, 조금만 잘났다고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자존심 내세우기, 서로에 대한 시기심으로 직군 내에서도 대병, 종병, 로컬 등으로 갈라진 파벌로 서로 물어뜯는 것은 다반사고, 일반 촬영, CT, MRI, 치료, 핵의학, 초음파까지 파트별로 서로 무시하며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세계관으로 힘을 합쳐도 발전하기 힘든 직군의 형국에 서로 잘난 맛에 아웅다웅하며 직군 전체의 발전에는 누구도 신경 쓰고 있지 않은 모습, 솔직히 시간만 때우는 수준의 보수교육과 이름만 존재하는 전문방사선사 제도 등 이런 식으로 각 파트가 서로 협력하지 못하고 분열과 시기 질투가 만영한다면 암울하지만 앞으로의 방사선사 현실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실습도 거의 꿔다 놓은 보리 짝 마냥 억지로 시간을 채워지는 수준으로 일례로 미국의 파트별 임상실습 시간을 채우는 방식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실습과정의 부족한 느낌도 여전합니다.


미국의 제도처럼 이라도 방사선 종양, 초음파, CT, MRI 파트를 어느 정도 다른 직군으로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 전문성을 강화하고 방사선사 모집 공고라는 광범위보다 각 파트별 개별모집으로 일자리를 확충하며 방사선사 협회는 더 큰 테두리의 직업의 모임의 통합협회가 되어야 각각의 취업 분야 자리에서도 개별성과 연봉, 처우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개개인의 역량

카페나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정말 진짜 방사선사 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수준들이 가관입니다. 해묵은 면허증, 자격증 호칭 문제, 방사선사의 공식 명칭 중 한자 사자가 선비 사인지 스승 사인지, 검사를 촬영한다 찍는다 등의 말장난식의 언쟁으로 뜨겁게 여전히 토론의 장을 달구고 있습니다. 물론 면허와 자격의 차이, 스승과 선비의 차이, 촬영과 찍음의 차이도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학생 때, 취업 초기에 한번 정도 짚고 넘어가면 될 것을 주야장천 그런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에 매달려 쓸데없는 것에 힘을 쏟고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한 모습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적정임금이나 C-arm인센티브 가지고 대립하는 문제도 타 직종에서 볼까 두려울 정도로 기본적 소양도 없어 보이는 글과 댓글들, 같은 직군에 속해 있는 상호존중이나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보기 힘든 창피스러울 정도의 수준의 소통을 보면 전체의 수준까지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고. 공부 잘했던 의사에겐 알아서 굽신거리고 상대적으로 저학력인 간호조무사에겐 지식인 노릇 하려고 하는 몇몇 꼰대 마인드 분들도 적잖이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방사선사 직업군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연봉, 처우의 개선은 물론 소속원 개개인의 역량도 동반 상승시켜야 합니다. 간호사, 임상병리사가 우리 고유업무에 침범하네 식의 하소연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더 공부해서 듀얼 라이선스, 외국 라이선스 등으로 진출 분야를 넓히고, 아직은 많이 없는 석, 박사 등에도 꾸준히 진출하여 전반적인 평균 수준을 높이고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방사선학, 영상 진단학 학문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언제나 모두에게 상처를 되지 않는 글을 올리고 싶은데, 현실을 자각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누워서 침 뱉는 꼴에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자아비판 식의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생각 있는 시작하는 젊은 방사선사 등을 바탕으로 조금씩 노력해 나간다면 어쩌면 머지않은 훗날 더 나은  방사선사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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