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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May 14. 2022

한국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한국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그런 말이 심각하게 싫다. 늘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편인데도 진저리를 친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아 말고 페퍼민트 마실래, 하는 말에 흔들리는 눈빛이 싫다. 무릇 그래야지, 아무렴 저래야지,   나는 아닌데...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눈빛,  분위기.


한국인이니까 아아지, 라는 말을 들어서 굳이 아아를 먹고 싶지 않아진 나에게 “ 너무 고지식해”, 그런 말을 종종 한다.  말은 즉슨 “너는 너무 () 말이  통해(안 들어)(그리고 그건 나빠)”. 색깔에 옳고 그름이 없듯 꽃을 보고 가치판단을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런 경우엔 제발 닥치게 하고 싶다.


나는 마카롱 중에 솔티 캐러멜 맛이 좋더라, 하고 말하면 왜 디저트를 굳이 짠맛으로 먹느냐며 의아해하던 이들이 있었다. 무릇 달콤한 맛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을 요상한 맛으로 먹는 사람이 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무 작아졌다.

mbti 검사를     되는 나의 유형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동물원의 우리 보듯 바라보던 웃음들. 내성적인 애들이라니까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이 많이 챙겨주세요, 라는 말에 나는 상처받지 않은 척했다.


그들로부터 멀어지고 나니 새삼스레 어느 마카롱 집에나 ‘솔티’한 마카롱이 있다는 걸 알았다. 먹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을 만들었을 뿐. 일부러라도 모두를 포함시킨 카톡방과 저녁 식사 자리가 허다했고 mbti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은 나에게 더 많은 질문을 했다.


아무렴 그런 룰이 어디 있을까. 상대방의 섬세함을 무시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서로를 위한 룰이라면 룰이다.


무엇이나 경계나 질서 없이 다 인정하자면 엉망인 꼴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이나 쿨해 보이는 대로 다 인정할 순 없을지라도, 적어도 ‘너는 그렇구나. 페퍼민트도 좋지.’라고 운을 뗄 수 있는 사람들과 있을 때 마음이 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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