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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Mar 27. 2022

그것이 사랑이라 그래(2)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도대체 글이 무엇이기에 써지지 않는가. 그것이 사랑이어서 그렇다. 주어가 나로 가득한 글은 지속되기가 너무 어려웠다. 글 안에 너도 있고 나도 있고 우리의 무언가가 담기려면 내 마음에 공간이 많이 필요한 까닭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소름 끼치는 완벽주의자였고, 항상 내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었고, 다음 갈 곳, 다음 할 것, 다음의 그 무엇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글이란 보통 자기 자신으로 가득하기 마련이었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어야만 하니까 무조건 아메리카노야. 아, 생리일에는 커피 마시면 안 되는데 그것마저 제한해야 하는 걸까? 나는 너무 부족해. 나는 똑똑한 사람이어야만 하니까 책은 무조건 완독이지. 아, 반납일까지 못 읽을 것 같은데 어쩌지? 일단 머릿속에 때려 넣어. 나는 무조건 유능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문제집은 이만큼 매일매일 풀고 점수는 무조건 몇 점을 넘겨야 하고….. 나는 너무… 나는 너무… 나는…


그렇게 제한하고 절제하고 인내하는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옳은’ 방향에 있어 뒷걸음질 쳐가는 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1편을 쓴 뒤 나는 대단한 깨달음과 마음의 여유와 사랑이 나에게 다시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써야 하나 보다. 무언가를 선뜻 내밀기에 나는 너무 마음이 좁은 까닭에 일어난 끔찍하고 지난한 일들. 이제 어쩌면 좋은가. 결심했다. 그래, 나는 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 읽는 이들이 선물을 받았다고 느끼도록 써보겠다. 그러려면 일단… 120% 하겠다는 망상을 좀 버리겠다. 올려놓고 미친 듯이 퇴고하여 어떤 게 진짜 최종 최종 최종본인지 알 수 없는 삶은 내려놓아야겠다. 그래야겠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아메리카노 너머의 세계도 알 수 있게 되고, 진짜 사랑의 절제를 할 수 있게 되고, 돈 관리도 적당히 독서도 적당히 관계도 적당히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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