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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Aug 16. 2022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도파민 중독, 일 중독, 성취 중독… 내가 그런 사람이다. 계획 세워할 일을 끝마치고 목표를 이루는 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배웠기에. 선교 단체를 나와서도 학교에서 혼자서 기도모임을 열어 혼자 기도실에서 꾸역꾸역 기도하고 장학금 받아가며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물론 시험 기간에.)



5년 정도 걸리는 목표가 생겼다고 하면 정체성 수정, 계획 잘라서 오늘 할 일 추가, 매일 피드백, 삶의 원칙 세우기 등등을 플래너에 적어 내려가던 나, 생각이 적으래야 적을 수 없었던 나. 내 삶의 방향이 사랑이고 하나님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 기도하면서 인정했다. 나는 하나님을 그 정도로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어쩌면 내 방향은 내가 설정한 그럴듯한 인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4학년, 졸업, 취준, 공기업 준비, 인턴이나 학원 일... 지난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보상과 성취로 돌아오지 않는 노력을 부어가며 번 아웃이 와도 무시하고 달리고 또 달렸다. (공기업 준비 시작 직전에 한 번 크게 번아웃이 오긴 했었다. 내가 잘 몰랐을 뿐)  달릴 수 없는 날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도 하고 탈락과 실패라도 하자며 원서라도 넣는 식이었다. 하지만 실패를 피하지 말라는 조언은 나에게 독이 됐고 나는 어쨌든 쉬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참 웃긴 것은 이름은 그럴듯한 성취 중독이 나의 성취감을 다 앗아가 버렸다는 점. 유의미한 멈춤이 필요하다는 등은 언제부터 켜져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차가 어떻게 주행만 하겠어. 주차와 주유가 필요한 거지.



모 기업 채용 공고를 기다리면서 딱히 할 일이 없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좀 힘들다. 지금 공부를 하든 뭘 해도 집중적으로 많이 할 수 없는 컨디션인데도 가만히 있는 게 참 불안하고 눈치 보여. 교회 수련회 다녀왔는데 교회 동생들이 참 착실하게 사는 것 같아서 사람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더랬다.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해서 또 젤 중요한 게 뭘까(현상태 피드백) 생각하고 어떤 목표 세울지 고민하는데 엄마가 그냥 하란다. 맞아... 그냥 하는 게 중요해. 그냥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참 미웠는데 이제 좀 이해가 된다.



운동하기 너무 싫은데 운동 갔더니 안 그래도 트레이너 선생님이 운동하기 싫죠? 운동은 배우자보다 더 중요해요.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지지고 볶고 해야 돼.라고 해서 뭔 쌉소리를 시전 하나 당신한테 내가 130만 원 갖다 바쳤잖아라고 마음으로 소리쳤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운동을 어떻게 평생 지속하지? 어떻게 폭식하지 않고 예쁜 옷 입으며 살지? 하는 걱정을 할 바에 그냥 오늘 운동 나가는 거다. 정체성 선언하고 식단 계획 짜고 쉬운 운동 찾고… 이제는 못하겠어 포기... 그냥 한다. 단순하게, 생각보다 실천을 하면서 하는 거지. 뭘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다. 번아웃 극복. 이렇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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