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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Feb 04. 2023

새해 소망은 부지런히 사랑하기

음, 하루하루는 그나마 그럴 듯 한 것 같다. 늦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공부도 좀 하고, 일을 하고, 집에 들어 오면 온갖 기가 다 빨린 상태로 핸드폰을 조금 들여다보다가 잠에 드는 것. 그러니까 자려고 노력하면 잘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그렇다.


그런데 그럴 때도 있다. 토요일 오전 일주일 플래너를 뒤적일 때나 잠에 들기 직전 하루를 정리할 때. 다양한 깊이의 공허함과 불안함이 문득 내 안에 내재되어 있었음을 인지하게 되는 그런 때 말이다. 내가 정말 이렇게 살고 싶어 했던 게 맞는지, 이 직장에서의 나는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부족한지, 아니 이 직장에서 만족해도 되는 건지… 기타 등등. 분명히 취업 준비에 울며불며 기도할 땐 취업 후의 내가 이 정도일거라고 예상 못했었는데. 그때보다 덜 우울하고 더 헤메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내 꿈은 교육자였다. 적당한 대안학교에서 사명감을 마음껏 분출하며 내가 닳아가는 것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 인생과 부족한 나 자신 등을 이유로 여러 풍파를 거친 뒤 어쨌든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긴 한데. 끝나지 않는 전화 상담과 몇 번을 알려 줘도 맨 마지막에 가서야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들, 애매한 월급 등에 치여 요모조모 불만족적인 생활과 삶을 지속하고 있다는 말씀이겠다. 모 박사는 삶이란 생활 속에서 나 자신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했다. 도대체 나는 나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걸까. 대학생 때처럼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순간이기에 마음껏 사랑하자고 마음을 다잡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아, 나는, 나를 어떻게 감각해야하는 걸까.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의 강연도 봤다. 아니 이 사람은 교회도 안다니는데 어쩜 이렇게 성경적인 이야기를 영향력 있게 할 수 있을까! 글쓰기란 정말이지 ‘부지런히 사랑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치고 주변사람들을 사랑스레 관찰도 하는 그런 태도라고 이해했다.


이번 주 목표는 제 시간에 일어나기로 사실상 두번밖에 지키지 못했고, 제시간에는 일어났어도 아침을 라면으로 때우는 거지같은 생활을 영위했다. 그리고 학원에 가서는 아이들에게 문법 강의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좀 떠든다는 이유로 짜증을 냈다. 하… 지난 해 불규칙적인 생활로 기록적인 몸무게를 갱신하고도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끝내 습관으로는 못만들었다. 분명히 여름에 입으려고 했던 비키니는 멋진 프로필을 찍겠다는 목표와 함께 옷장 속에 처박아 둔지 오래다. 부지런히, 더 부지런히 사랑하고 내 인생을 오목조목 소중하게 꾸며나가고 싶다는 소망이 이렇게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던가.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는 이상주의자다. 왜 이렇게나 열심이야 의문을 제기해도 나는 더 높은 걸 추구하며 현실에 만족 못하고 좌절하는 삶을 계속 살 수 밖에 없는 팔자란 소리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들었다. 높이는… 높이는 못갈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 위에 서는 성공은 노력과 함께 기회와 운도 중요하니까. 대신 더 깊게는 가고 싶다. 하루씩 하루씩, 오늘은 제 시간에 일어나보고 내일은 샐러드를 먹어 보고 모레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좀 덜 내보고 운동도 해보고. 그렇게 부지런히 사랑하고 사랑할 준비를 하면서 깊게 깊게 뿌리내리며 살아가고는 싶다. 연간 계획은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잘 세우지 않는 편인데, 뭐 새해 소망이 하나 있다면, 부지런히 사랑하기. 부지런히 사랑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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