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담당 교사의 좌충우돌 학폭 ZERO 도전기
새 학기의 적막을 깨고 울리는 ○○장터.
3월 둘째 주 금요일, 교문 앞에서 이지스 첫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교에 있는 이동식 대형 모니터를 교문 옆 관리사무소에서 릴선을 통해 연결했다. 체육 선생님에게 무선 마이크와 스피커를, 학생회 담당 선생님께는 이동식 테이블과 학교 축제 때 사용했던 각종 소품을 빌렸다. 아침 8시부터 8시 20분까지 신나게 ○○장터를 부르며 방가방가 볼펜을 나눠주었고 사진과 영상 촬영을 했다. 이후 매주 금요일 점심마다 운동장에서 캠페인을 이어서 진행했다. 4월 중순까지 총 4번의 야외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구성은 점차 발전했다. 피켓을 10개 제작했고, 자체적으로 만든 ‘방어자 서약서’를 작성하면 볼펜을 주었으며, 학교폭력과 관련된 N행시 이벤트도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길거리 노래방 형식으로 ○○장터를 학생들과 함께 부른 것이다. 노래가 쉽고 재밌어서 따라부르기 좋았다. 수십 명이 함께 떼창할 때는 소름이 돋기도 하며 학교폭력 제로라는 높은 산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5월 중순, 여러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었고 일부는 해결을, 일부는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 영상, 캠페인 등으로 학교폭력이 예방될 문제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속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서로 비하하고, 뒷담하고, SNS상에서 특정인을 저격하는 글을 올린다. 힘 빠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ZERO’라는 이상은 포기할 수 없다. 이 순간에도 우리 이지스 캠페인단으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예방은 학생들과 함께.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학교폭력은 멀리 함께 가야 한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 혼자서는 벅차다. 사건이 터지고 일 처리하는 데만도 수많은 공문서와 전화, 상담이 오고 간다. 학교폭력 예방 활동까지 하기엔 여력이 없다. 그래서 학교폭력 예방 활동은 학생들과 함께해야 한다. 학생들 시각에서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해결을 위해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교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다. 캠페인 활동이 잘 될수록 이지스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긍정적인 또래 동조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학교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학생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 자체가 즐거운 공간이어야 학교폭력 예방도 가능한 것이다. 학교가 삭막하고 재미없으면 학교폭력 예방은 탁상공론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학생들의 호응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즐겁고 재밌는 학교는 교사 혼자서 달성하기 정말 어려운 목표다. 교장, 교감 등 관리자의 태도와 뿌리 깊은 관습이 그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이 삭막하다고 해서 나까지 삭막해질 이유는 없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라면 누구보다도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재밌는 캠페인과 다양한 공모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어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지스 방패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고 눈치 보지 말고 용감하게 흐름을 바꿔보자. 마음속 죄책감을 씻기 위해 떠밀리듯 자발적으로 시작한 학교폭력 담당 업무였지만 지금은 물 만난 고기 마냥 너무 즐겁다. 무능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쳤지만, 잘 모르겠다. 스스로 조금이나마 유능에 가까워졌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 ZERO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길 바란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힘쓰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함께 힘내자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