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9년까지, 2년간의 영국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718일간의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다.
거의 꽉 채운 2년의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의 느낀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20년을 넘게 산 내 나라로 돌아온 것임에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왜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것일까.
다녀온 후,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 기억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너는 워킹홀리데이 갈 생각 없어?"
"어휴.. 다른 나라에서까지 서비스업 하고 싶지 않아"
대학생 때 친구들이 나에게 물어보면 항상 했던 대답이다. 진심이었다. 주변의 친구들이 호주로, 캐나다로, 뉴질랜드로 하나 둘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도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일단 해외여행 및 해외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서비스업이라면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굳이 외국에서까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홀가서 꼭 서비스업만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왜 갑자기, 그것도 상대적으로 드문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었을까.
말하자면, 직업병이었다.
나는 공연기획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워홀을 가기 전 지역 축제사무국에서 1년 5개월 근무했다. 일은 적성에 맞았다. 다만 다른 곳은 어떻게 일하는 지 궁금해졌다. 정말 공연을 잘 만든다고 평가받는 곳들은 어떻게 일할까. 어떻게 하는게 정말 맞는 것 일까. 그래서 다른 공연과 축제들을 많이 보러다녔고,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해외축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공연축제로 손꼽히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등등. 궁금해졌다. 유럽 공연과 축제들은 무엇이 다른 것 일까. 왜 사람들은 유럽 공연에 열광하는 것일까. 한국의 공연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래서 떠났다. 그 차이를 알고 싶어서. 무엇이 그리 대단하기에 유럽의 축제와 공연들은 매일 매진이 되는지. 정말 한국과 그렇게 다른지. 직접 내 두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영국워홀은 내 생각보다 고되고, 다사다난했다. 돈이 1파운드도 없어서 폐기 샌드위치로 연명해보기도 했고, 카드가 복제된 적도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로그에 영국워홀 일상을 올리다보니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다. 공연계에서 일하거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질문을 했다. 그 분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은 나보다 덜 고생했으면 좋겠고, 원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다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