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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Aug 08. 2022

나와 당신의 줄무늬

코스타 노바(Costa Nova)

 한눈에 보기에도 주름이 깊게 팬 두 쌍의 노부부가 느릿한 동작으로 서로 비쥬 인사를 하고 있다. 한쪽 부부가 번갈아 다른쪽 부부에게 정답게 볼맞춤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지 햇빛만큼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눈부신 일요일 오전, 코스타 노바(Costa Nova)의 어느 줄무늬 집 앞에서 노부부들이 해후하고 있다. 나는 저만치 멀리서 줄무늬 집들을 찍다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노부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의 주름은 배경의 집들처럼 어떤 줄무늬처럼 보인다. 색색의 줄무늬처럼 주름도 무지개 빛깔을 띠고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모양인데, 문득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코스타노바에서는 색깔이 춤을 춘다


  언젠가 오늘처럼 햇볕이 좋던 어느 날,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왔었다. 애벌레는 월요일에 사과를 먹었다. 화요일에는 배를 먹었고, 수요일에는 자두를 먹었으며 목요일에는 딸기를, 금요일에는 오렌지를 먹었다. 토요일에는 초콜릿케이크, 아이스크림, 치즈, 롤리팝 등을 먹었다. 덕분에 허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애벌레는 과식을 한 탓에 배가 조금 아팠다. 일요일이 되자 초록색 잎을 하나 먹고는 고치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그리고 2주 후 고치안에서는 형형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나비가 나왔다. 


 딸아이에게 읽어주던 '에릭 칼'의 그림책 '배고픈 애벌레' 이야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것은 어린이들의 동화가 아니다.


 평온한 대서양, 눈부신 태양,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완벽한 배경이 되어주는 울긋불긋 줄무늬 집들. 그리고 거기에 네 마리의 나비가 들어온다. 주름이 깊게 팬 애벌레들이 불현듯 아름다운 색깔의 나비로 변해 반짝이는 날갯짓을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빨리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아내에게 다가가 선물하듯 몰래 보여준다. 말없이 아내가 웃고, 나도 따라 웃는다. 우리는 아마도 먼 훗날을 떠올리며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일요일 오전, 우리는 이곳 코스타노바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동화를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그 동화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동화가 되는 곳, 이곳은 당신이 반드시 와야하는, 코스타노바라고 한다.



Costa Nova do Pr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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