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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Aug 08. 2022

도우루강의 테라스

꼬벨리냐스(Covelinhas)

 나이 들면서 깨닫는 것들 중의 하나는 사전에서 확신이라는 단어가 점차 사라진다는 점이다. 20대에는 확실하다고 말하거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들이 40대가 되자 확실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아마도 60대가 되면 또 다를 것이다. 결국 확실한 게 없다는 사실만이 확실히 남을 뿐이다. 그것은 여행에 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점점 여행에서 느끼는 어떤 확신이 줄어든다. 그럼에도, 뜻밖의 확신을 가지는 여행지들도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곳을 발견할 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지극한 환희를 느낀다. 때로 여행을 발견이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도우루(Douro) 강에서 뜻하지 않은 발견을 한 적이 있다.


마을을 발견한 순간

 

포르투갈에서 지내다보면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는 곳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알려진 Alto Douro Vinhateiro(도우루 포도밭) 다. 포르투 공항 게이트에서 나오면 커다란 광고 판넬 속 계단식 포도밭이 입국한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는데, 그곳이 바로 포르투갈 북부 지방에 자리한 도우루 와인 산지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자부심이 이곳에서 생겨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인데 그도 그럴 것이 그곳은 도우루 강을 따라 계단식 포도밭이 명화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자, 포르투갈 최고의 씨닉로드가 있는 곳이며 다양한 와이너리가 계곡을 따라 보물처럼 숨겨진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그것들보다 더한 한 가지 확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도우루 계곡의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내려오다가 우리는 이 마을을 불현듯 발견했다. 차안에서 아내와 나는 잠시 서로 말이 없었는데, 우리는 최고의 찬사가 아무말도 하지않는 침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제서야 감탄하며 혼잣말을 했다.


 도우루의 테라스야


 도우루 계곡에서 감히 가장 아름답다고 확신할 수 있는 작은 마을, 꼬벨리냐스(Covelinhas)다. 200명 남짓의 거주민이 사는 이 작은 마을에는 흡사 장난감 같은 시골 기차역이 있고 그 옆으로 도우루 강이 미끄러져 간다. 마을은 기차역과 강을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있는데 강을 이용해 보를 만들어놓은 곳에서는 시골 사람들이 옹기종기 낚시를 하고 있다. 작은 마을 자체가 도우루 강을 위한 하나의 커다란 테라스와 같은데,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그 풍경이 너무나 평화로워 현실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마을의 유일한 카페에 들어가 관광객이 많은지 물었더니, 이 마을은 외지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숙소나 교통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와 차분히 도우루 정경을 내려다 본다. 강의 테라스에 앉아 있는 바로 이 느낌이라면, 문득 60대가 되어서도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와 아내는 그렇게 도우루 강의 테라스에 앉아 그런 즐거운 생각들로 한참을 잠겨보는 것이다.


Covelinhas 마을에 들러 커피잔을 들어올리자 풍경이 줌아웃된다


Covelin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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