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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작가 Aug 27. 2023

가출, 혹은 여행기

광주에서 여수까지. 즐거움과 고통이 교차하는 가족여행기(4)

이제 우리만의 휴가는 끝났다.

2박 3일간의 독서캠프가 끝나 아이들을 데리러 지혜학교로 향한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이 밝다. 캠프에 오기까지 걱정이 많았던 친구 '수'도 다행히 활기차 보인다. 아이들은 우리를 보고 잠깐 아는 척을 하더니 다시 캠프생활을 같이 한 친구들에게 돌아간다. 그새 친해진 모양이다. 다행이 둘 다 문제 없이 지낸거 같다.


캠프의 마지막 일정은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점심식사다. 하지만 아이들은 친구들과 있고 싶어한다. 우린 조용히 빠져준다. 식사를 스스로 급식판에 담아  먹고 각자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이곳의 규칙이다. 집에서는 설거지는 커녕 먹고 난 밥그릇도 안치우는 아이지만 이곳에서는 척척이다. 마음에 든다. 할수만 있다면 캠프를 연장하고 싶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와서 처음 외친말. " 핸드폰 못했어요!" 캠프에 입소하자마자 핸드폰을 냈고 꼬박 2박 3일을 없이 보냈단다. 아이들의 표정이 심히 분하다. 나는 놀라는 시늉을 한다. 사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미리 얘기했다면 당연히 안간다고 했겠지.


핸드폰이 없어 답답하고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문제없이 지냈다. 아이들이 이 경험으로 핸드폰이 없어도 지낼 수 있다는 , 오히려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싶다.


아이들은 잔뜩 흥분해 핸드폰도 못쓰고 내내 책보고 공부하고 글을 썼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물놀이며 승마며 신났던 일은 쏙 빼놓는다. 아이고 그랬구나. 진짜 고생했네. 아유 대견해라. 아끼지 않고 특급 칭찬을 해준다. 


핸드폰을 되찾자마자 함께한 친구들과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선생님께서 올려준 사진을 공유해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투덜거리긴 해도 나름 즐거웠나보다. 


이제  캠프는 끝났다. 다시 넷이 함께하는 여행의 시작이다. 마음을 단단히 잡아본다. 한창 불만이 많은 사춘기 아이 둘과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남편과의 여행길이다. 바짝 긴장이 된다.




여수 용천친수공원 해수욕장. 휴가철은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이 많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향한다. 우리 가족에겐 올 여름 첫 해수욕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불평불만이 많았다. 아이들은 그냥 숙소로 가서 쉬고싶어 했다. 캠프도 끝났는데 쉬지도 못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쉰다의 뜻은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이미 여러번 여행길에서 마주했던 상황이다. 까딱하다간 여수에 온 보람도 없이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수도 있다.


우리 부부는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미리 입을 맞췄다. 숙소 입장시간이 안되서(사실 들어갈 수 있었지만) 바다에서 놀고 가야만 한다고. 저녁도 밖에서 먹을 수 밖에 없다고. 두 집돌이들의 반응을 뻔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투덜투덜하며 두 아이가 수영복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간다. 참 어릴땐 신나게 뛰어들던 아이들이었는데 어느 순간(사춘기? 아니면 스마트폰이 생긴 후로?) 여행을 가면 숙소에서 나가길 싫어했다. 설득이 먹히지 않았다. 두 아이가 편을 먹어서 더 완강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선택지를 주지 않고 단호하게 나가기로 했다.


마지못해 바다에 들어간 아이들은 곧 웃음을 터트린다. 이젠 오히려 과격하게 놀기 시작한다. 하나는 튜브에 올라타고 하나는 튜브를 뒤집어 물에 빠뜨린다. 서로 머리를 물에 밀어 넣고 바닷물을 먹인다. 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 잠수를 한다. 아 곁에서 지켜보는 난 담대해지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게 세시간 가량을 바다에서 보내고 고픈 배를 잡고 식당에 도착한다. 고기는 굽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나와 남편은 고기를 굽고 옮겨주기 바빠 뱃속에 뭘 넣었는지도 모르게 식사가 끝난다. 둘만의 우아한 식사시간을 심심하다고 투덜거린게 후회된다.


이제 숙소로 향한다.

마지막 관문이다. 여수는 숙소가 정말 비쌌다. 가격대비 적당한 걸 찾지 못한데다 '수'가 막판에 합류하는 바람에 숙소가 인원에 비해 좀 협소해졌다. 원룸 레지던스호텔에서 넷이 지내게 되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불만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제 얘들도 13, 12살이기에 불편한 마음을 이해하고 달래야 했다. 침대는 아이들에게 양보한다. 숙소에 있는 동안 잔소리도 금한다. 핸드폰, 게임의 무한 자유를 허락한다. 근처 피씨방 출입도 허용한다. 이 딜로 아이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여수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내일은 여수밤바다를 꼭 봐야하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가족 여행은 언제나 정신이 없다. 늘 누군가는 불만을 터트린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한동안 어딜 같이 가자는 말이 쏙 들어간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또 그리워진다.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기에. 그 시절의 아이도 우리도 다시 만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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