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아마존 웹서비스, 즉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한다.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내 플랫폼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외부 생태계에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외부의 사업자들,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 하고 그 질문에 대답한다. 수많은 운영체계를 모두 수용하려 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두가 나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애플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인프라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이나, 메타 플랫폼즈가 메타버스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나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능하다. 즉 대부분의 성공한 플랫폼들은 이제 인프라 플랫폼의 진화를 지향하고 있고 이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생태계의 형성이다. 생태계 형성에 있어 핵심은 정보의 흐름이 나를 중심으로 외부를 향해 개방되는 것이다.
개방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성장전략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용된다.
아마존이 2022년 4월 “Buy with Prime”이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연 139달러를 내는 아마존 Prime 멤버십 고객이 Amazon.com 이 아닌 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Amazon Prime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무료배송, 2일 내 배송 완료를 보장해 주는 보장배송, 무료반품 등 Amazon.com에서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타 쇼핑몰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은 최근 Buy with Prime을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Shopify에게도 개방함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즉, 이를 단순히 Prime이라는 멤버십의 혜택 확장이라 하기에는 플랫폼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다. 먼저 아마존이 신뢰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성립되기 위해 만들어 낸 두 가지 도구들에 대한 정확히 이해가 필요하다.
아마존을 탄생시킨 두 개의 도구 : FBA(Fulfilment by Amazon)와 Amazon Prime
전자상거래 영역에 플랫폼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기업은 eBay다. C2C로 알려진 이베이의 오픈마켓 플랫폼에는 누구나 상품 판매에 참여할 수 있었다. 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시장플랫폼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는 한 단계 진화한다. 상품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판매자 간의 경쟁으로 자연스레 최저가가 형성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받아들이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 아마존이 등장한다.
온라인 쇼핑이 인기를 끌었지만 아마존이 보기에 이 오픈마켓은 허점투성이의 플랫폼이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품질은 균질하게 유지될 수 없었고 좋지 않은 경험으로 고객이 온라인 쇼핑에 불신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아마존은 두 개의 도구를 가지고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바로 FBA(Fulfilment by Amazon)와 Amazon Prime이다. FBA는 배송이라는 온라인 쇼핑이 가진 가장 아픈 고리를 아마존이 직접 챙기는 물류 인프라 도구였고 Amazon Prime은 구매자들에게 온라인 쇼핑을 보다 쉽게 만들어 주는 멤버십 도구였다. Amazon Prime은 무료 배송과 다양한 혜택을, FBA는 보장배송과 다양한 편리를 제공함으로써 온라인 쇼핑은 신뢰의 쇼핑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마존의 엄청난 거래액과 기업가치는 이 두 가지 도구가 만들어 낸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였다. 2억 명이라는 구매자와 950만이라는 판매자가 아마존으로 모여들게 되었고, Amazon.com이라는 모든 것을 파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물류와 고객 서비스의 확장 : MCF와 BWP
여기까지 아마존 사업의 중심은 Amazon.com이라는 마켓플레이스, 즉 시장이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 차원 더 높게 진화하려 하고 있고 그러한 징후를 보여주는 선택이 바로 “Buy with Prime”이다. BWP(Buy with Prime)은 Amazon Prime이라는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고객 수단을 타 온라인 쇼핑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물류서비스는 이미 Amazon.com을 넘어 확장되어 오고 있었다. MCF(Multi-Channel Fulfilment)가 바로 그것인데 아마존에 입점해 있지 않은 판매자더라도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상품에 대한 배송 추적도 MCF를 통해서 할 수 있었다. Amazon Prime은 Buy with Prime으로, FBA는 MCF로 확장되면서 Amazon.com이라는 마켓플레이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탄생했던 두 개의 도구가 이제는 Amazon.com이라는 한계에서 해방되어 모든 전자상거래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왜 확장이 필요했을까? : 반작용에 대한 대응
아마존에겐 왜 이러한 플랫폼의 확장이 필요했을까? 오늘의 아마존을 만든 두 개의 플랫폼 도구, FBA와 Amazon Prime은 Amazon.com에서의 거래만을 대상으로 했다. 판매자들은 FBA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상품에 Prime 배지를 붙일 수 없었고 2억 명이라는 Amazon Prime 고객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FBA 사용은 강제로 권해졌다. 결국 아마존 플랫폼에 참여하는 판매자들은 점점 아마존의 영향력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존의 거래액이 증가할수록, Amazon Prime 고객 수가 증가할수록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와 접근 경로는 아마존에 의해 차단당했다. 판매자들은 점점 자신의 고객이 없는 아마존을 위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객을 가지려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죠. 바로 나이키와 같은 D2C(Direct to Consumer)의 등장이다. D2C 사업자들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일 것이다. 나이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이 보여준 성공은 수많은 브랜드들에게 이제는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을 배제하고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고객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아마존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자신의 플랫폼을 마켓플레이스를 기반으로 한 시장플랫폼에서 인프라 플랫폼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말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나이키도 마음만 먹으면 아마존의 MCF와 BWP라는 두 가지 도구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과는 Nike.com을 통해 만나더라도 물류는 아마존의 MCF를 이용할 수 있으며, Amazon Prime 고객 2억 명이 탐이 난다면 이 역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이미 시장 플랫폼으로 준독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성공한 느낌이 있지만 독점은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 최악의 경우, 정부는 아마존 Market, Amazon Prime, Fulfilment라는 3개의 온라인 쇼핑 비즈니스를 분리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마존은 더 이상 시장 플랫폼이 아닌 모든 온라인 쇼핑몰들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플랫폼으로 진화하려 하는 것이다. 규제라는 현재의 가장 큰 적을 피하면서 미래를 도모하려는 아마존의 플랫폼의 생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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