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냄새가 난다.
쿠마상회에서 홍어회를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홍어회에 대해서 공부하기로 했다.
홍어가 아니라 홍어회에 대한 공부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먼저 읽게 된 자료는 남도일보의 전라도 역사이야기에 나온 홍어와 영산포라는 글이다. 홍어회 하면 전라도가 떠오르고 전라도로 장가를 간 필자 입장에서는 신행 때 처음 먹어 본 홍어회의 경험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처갓집이 대식구인 관계로 이모님들이 입에 넣어주시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먹었고 그 효과를 느낀 것은 하루 이틀이 지나서였다. 코가 얼얼하고 킁킁거리게 되는 게 아주 묘한 경험이었다. 물론 그때 먹었던 홍어회의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주 많은 알코올과 더불어 홍어를 먹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남도일보의 글에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홍어가 노폐물을 피부로 저장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노폐물은 질소성 노폐물이다.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으로 만드는데 질소가 쓰이고 이때 만들어진 노폐물이 바로 암모니아다. 이 암모니아라는 기체는 독성이 강해서 요소나 요산의 형태로 변환하여 배설시키는 것이 일반적인데 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이 암모니아를 요산으로 바꾸어 배출하지 않고 피부에 저장하여 삼투압 조절 물질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조금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뭔 그들의 삶이니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 역시 이를 요소로 바꾸어 오줌과 함께 배출한다. 오줌에서 찌린내가 나는 이유는 일부가 여전히 암모니아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새들은 이 암모니아를 요산의 형태로 만들어 공중에 뿌려버려 몸을 가볍게 한다. 참고로 암모니아 기체를 흡입하면 사망한다. 우리가 삭힌 홍어회를 먹을 때 자연스레 흡수하게 되는 암모니아는 유독하다 해도 그 양이 극미량이니 몸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도 인체 기준으로는 염기성이 상당히 센 음식들이니 너무 먹다가 혀나 구강 내부 살갗이 벗겨지는 일은 있다. 사람에 따라 위의 점막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한번 각설하고
홍어는 이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어 피부에 저장하고
이를 삼투압 조절 물질로 사용한다.
이 특징은 연골성 어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런데 홍어가 죽고 나면 이 피부에 있는 요소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암모니아로 변화한다. 그런데 이 암모니아가 일종의 보호막이 되어 잡균들로부터 홍어의 부패를 막아주는 것이다. 피부에 있는 암모니아가 방패가 되어 홍어가 흑산도에서 잡혀 영산포까지 오는데 걸리는 2주 동안 홍어의 부패를 막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부패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에 적당히 삭힌 홍어회가 탄생한다.
요약하면 홍어는 질소노폐물을 피부에 저장하는 연골어류의 특성으로 인해
빠른 부패가 아니 숙성이 이뤄진다.
일반 생선이 상온에 두면 그냥 썩어 버리는 것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홍어가 상온에 있으면 부패의 원인이 되는 잡균들이 활동을 하는데 이때 암모니아가 방패역할을 하면서 부패를 막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홍어에서 암모니아 향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홍어가 잡혀와서 시장에서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배 위에서도 일정 수준의 온도처리가 가능해졌기에 홍어의 이 암모니아 방패의 역할은 조금 사라진 듯하다. 그래서 홍어를 일부러 삭히는 공정이 영산포에서 이뤄진다. 심지어 칠레 등에서 잡힌 홍어를 냉동으로 수입하여 영산포에서 삭히는 공정을 통해 삭힌 홍어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홍어를 삭이는 방법은 가마니나 쌀겨로 덮어두는 방법이 인데 가마니가 좀 더 거칠어 보이고 쌀겨는 좀 섬세해 보이는데 뭐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숙성과정이 얼마나 위생적일까 하는 걱정이 조금 생긴다. 그래도 일종의 부패의 과정이니 말이다.
그래서 민성셰프가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는 부패가 아닌 숙성된 홍어를 만들어 보자!!!
일단 잡혀 온 홍어를 빠르게 모두 껍질을 벗겨버렸다. 이는 일반적인 생선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같다. 이 과정을 통해 홍어 피부에 남아있던 암모니아를 대부분 제거한 것이다. 잡균과의 전투에 더 이상 암모니아가 필요하지 않기에 불쾌함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암모니아를 남겨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홍어회의 상징인 암모니아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피부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손질한 후 냉장고에서 적절한 온도(영업비밀)에 맞추고 3주간 숙성시켰다. 일반적인 숙성회를 만드는 방식을 차용하여 생각해 낸 아이디어이고 비록 손이 많이 가지만 잡균과 암모니아 간의 전투가 없는 자연스러운 숙성환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껍질의 제거를 통해 암모니아의 양이 줄었고 냉장 숙성으로 인해 발효의 속도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보다 접근성이 높은 홍어회가 탄생한 것이다.
쿠마상회의 홍어회는 일단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강력하게 삭힌 홍어는 아니다. 처음 씹었을 때는 이게 홍어회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서너 번 씹다 보면 홍어의 알싸한 삭힌 향이 올라온다. 홍어를 전혀 입을 대지 못했던 분들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홍어회라 생각하시면 된다. 그리고 어떻게 숙성되었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는 없다. 물론 전량 국내산 암치 홍어를 사용하여 제작한다.
우리는 섬세하게 숙성된 홍어회를 만든 것이다.
만약 이 홍어회의 숙성이 약하다고 생각되시면 냉장고에서 며칠 두시는 방법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숙성의 정도는 정말로 개인 취향이기 때문이다.
쿠마상회에서는 이 홍어를 영하 50도에 저장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해동하여 예쁘게 썰어서 바로 드실 수 있게 보내드립니다. 현재 출시기념 200그램에 33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kuma_store/products/10654531254
만약 이 홍어회의 숙성이 약하다고 생각되시면 냉장고에서 며칠 두시는 방법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숙성의 정도는 정말로 개인 취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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