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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호 Mar 19. 2023

크로스핏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4

크로스핏 하면 몸 망가지는 거 아닌가요?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거의 3년이 되어간다. 처음 시작하고 1년간은 주위 사람들에게 이 운동을 반드시 알리고 경험해보게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그만큼 재밌고 좋았으니까. 하기 전보다 일상에 활력이 생기고 살이 빠지고 하루하루 쌓여가는 성취감과 자기 긍정에서 오는 성격의 변화도 조금씩 느껴질 무렵이었다. 그렇게 첫 1년은 열심히 크로스핏을 전도하고자 노력했다. 친한 회사 동료부터 주위 친구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다녔다. 그런데 추천할 때마다 어떤 이들은 간혹 이러한 반응을 보였다. "그거 하면 몸 망가지는 거 아냐?", "다칠 것 같은데 무서워서 못하겠어". 내게 권유받은 이들 대부분이 다른 운동에 비해 유독 크로스핏은 부상 위험이 높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부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러닝과 테니스, 골프 등 운동을 하며 얻은 부상으로 꽤나 고생을 한 사람들이었기에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 항상 부상을 염려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직접 해보니 이는 크로스핏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그리고 나는 2021년 10월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운동을 끝마칠 즈음 오른쪽 어깨가 살짝 뻐근하더니 집에 가서 저녁 먹을 때는 숟가락을 들기가 힘들었고 자고 일어나 보니 팔을 움직이기만 해도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가 검진을 해보니 근육의 파열, 손상이 아닌 석회성건염이었다. 근육은 손상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는데, 간혹 손상된 근육조직에서 몸속 노폐물이 빠져나와 굳으면서 석회가 형성된다. 이것이 녹으면서 주위 조직에 통증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석회성건염이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며 한 달간 운동을 쉬게 됐다. 내가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했거나 오버트레이닝해서 근육이 손상된 게 아니라 조금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참에 조금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한 달을 푹 쉬었다. 실제 치료는 약 2주 반 정도 진행됐고 이후 지금까지도 우측 어깨는 전혀 무리 없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자신의 일을 다해내고야 마는 묵묵한 대장장이처럼(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을 하면서 무릎이 잘 버텨준 게 고맙다며 쓴 표현인데, 보자마자 감탄하고 이렇게 빌려왔다).


그리고 2023년 2월, 오랜만에 시골마을을 찾아온 우체부처럼 이번엔 왼쪽 어깨가 통증을 알려왔다. (어이,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이번엔 염증이었다. 심하진 않아서 일상생활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양한 체조 동작과 웨이트 리프팅 동작을 수행하기에는 무리였다. 염증 약만 먹을 건지, 체외충격파 치료까지 받을 건지 물어보기에 망설임 없이 적극적 치료방법을 택했다. 첫 크로스핏 오픈 참가를 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했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출전을 포기할 수는 없어 최대한 치료와 오픈을 병행했다. 다행히 첫 오픈은 무사히 잘 끝났고 나는 치료를 거의 끝내가고 있다. 

어깨 석회성 건염 통증은 부디 경험해보지 않기를 (www.drkimbrengle.com)

나와 같은 생활체육인의 1순위는 운동수행이 아니라 부상방지여야 한다. 운동 수행 능력이 매우 뛰어난 일반인보다 꾸준하게 매일 운동할 수 있는 건강한 일반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프로 운동선수가 아니다. 회사를 다니거나 운영하고 자영업자이거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이외에 어떤 전제조건이 없어도 부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쳤다면 명심해야 한다. 운동에 쏟아부었던 만큼의 열정보다 몇 배의 수준으로 사력을 다해 치료와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초기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적기에 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부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전의 패턴처럼 치료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그리고 이는 결국 만성질환이 되고 마음에도 일정 부분 상처가 자리 잡는다. 때때로 어떤 이들은 에이징 커브를 맞이하기 전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로 마인드 커브를 먼저 경험한다. 


우리는 일생동안 운동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방법, 효율적이면서 효과가 있는 운동법을 익히고 때때로 찾아오는 부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일생동안 계속해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여정에서 일어나는 부상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2017 크로스핏게임즈 마스터 부문 참가 에슬릿 (크로스핏 공식 홈페이지)

이번 회복기를 거치면서 나는 내 방식을 점검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이유로 부상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충분한 웜업과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육의 가동범위를 늘리고 운동 이후에도 정리운동과 스트레칭을 빼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식단과 영양섭취에도 이전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부상 소식이 썩 달갑지 않지만 이 메시지를 무시할 생각도 없다. 부상은 삶의 일부이며 진지하게 열심히 운동한다면 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그래왔듯이 내 쪽에서 답장을 잘 준비해야 한다.


부상이 나에게 시간을 조금 뺏을 순 있어도 의지마저 앗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나고 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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