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혼자 교실에 남았다.

방과후 단상

by 혜윰

수요일은 5학년 일과 중 유일한 5교시 수업의 날이다. 아이들도 나도 이날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유는 밥을 먹고 바로 귀가가 가능한 날이기 때문이다. 밥 먹기 전에 가법게 종례를 하며 하교지도를 하고, 아이들은 밥을 먹고 난 후 교실로 돌아와 각자 할 일을 마무리한 후 자유롭게 귀가를 한다. 유일하게 자율귀가가 가능하니 서로서로 좀 편한 날이랄까. 나도 모처럼 천천히 밥을 씹어먹고, 여유있게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이 귀가한 자리를 확인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6교시 수업을 할때보다 일찍 오후 업무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마음도 훨씬 평화롭다.


교직의 장점 중 한가지는 오후에 가지는 나만의 '사무실'이다.(담임한정, 초등교사 한정 주의) 가끔 드라마에서 회사의 모습이 나올 때면 가장 힘들어 보이는게 바로 사무실의 모습인데, 한 공간안에서 부장, 차장, 대리 등 각 직급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일하는 그 좁은 공간을 볼 때마다 정말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초등담임은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 좀 부담이지만, 하교 후에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혼자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름의 큰 장점이다. 특히 나같은 대문자 I 성향인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잘만하면 하루종일 관리자나 다른 선생님 등을 만나지 않고도 출퇴근이 가능하다) 물론 반대인 사람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혼자 남은 교실에서 잔잔하게 좋아하는 첼로 음악을 틀어두고 내일 시간표를 보며 수업준비를 하고, 공문을 확인하고, 아이들 관찰사항과 상담내역을 정리한다. 오늘은 아이들이 크게 사고를 치지 않아 그런가 상담록 정리도 빨리 끝났고, 공문도 접수만 하면 되는 거라 간단하게 마무리. 수업은 뭐, 같은 학년 3년차라 제목만 봐도 '아, 이거..'하고 감이 온다.


어라, 오늘 할일 별로 없네?

아싸, 시간 남겠다!

남은 시간 뭐하지? 책 볼까?

옆반쌤하고 잠깐 티타임?



기쁜 맘으로 촤라락, 할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날아오는 메세지.

"오늘은 전문적학습공동체의 날입니다. 모여주세요~" .



... 아, 그렇다.

깜빡하고 있었다.



수요일은 유일하게 고학년도 일찍 끝나는 날이다보니 각종 학교 행사, 회의등이 늘 모여있다.

일찍끝난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쉬움의 눈물을 훔치며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역시나 설레발은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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