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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이고 소설적이며 인간적인

부악문원 통신 5 (2025.12.4)

by 몽상가


올해 첫눈이 내려 눈꽃이 피어나더니 보름달이 둥실 떴다.

부악문원 마당에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아이들처럼 신난 작가들. 그중에서도 이 작가는 작년에 담양에서 첫눈을 같이 본 사이였는데 2년 연속 첫눈을 같이 보게 되었으니 인연이 참 깊다. 더불어 12.3 계엄령하에 전남도청 광장에서 결기와 분기를 같이 나눈 동지로서 남다른 정서적 교감이 있다.

그때도 첫눈이 폭설, 올해도 첫눈이 폭설.


2~3시간 정도 내린 눈은 마당에 소복이 쌓이고 소담스럽게 핀 눈꽃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눈이 그치자 둥글고 노란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어 눈 위를 비췄다. 어찌나 밝은지 눈으로 덮인 세상이 다 드러났다. 첫눈이 오는 광경을 1차로 보고 들어갔던 작가들이 한 사람씩 나오기 시작했다. 달빛이 방안에 들어찬 것인지 달의 냄새를 맡은 건지, 5분가량의 텀을 두고 3명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안채에서 사모님까지 나오셨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까지 자수를 놓으시다가 달이 너무 밝아서 나오셨다고 하면서...


누구도 약속을 하거나 어떤 신호도 없이 오직 달빛과 눈(雪)빛에 취해 나온 사람들 4명은 달밤의 차담을 나눴다. 각자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 3명과 수를 놓는 여인 1명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들어간 방안으로 달의 정기가 서리서리 펼쳐졌으리라.

첫눈, 보름달, 차, 사람...

시적이고 소설적이며 인간적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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