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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D Feb 08. 2022

방콕에서 우연히 만난, 장 줄리앙Jean Jullien

동그란 눈과 익살스러운 입가.

보는 사람을 행복으로 물들게 하는 위트 넘치는 프랑스 일러스트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전시를 우연히 방콕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니던가.




여행을 다닐 때 큰 스팟만 몇개 정해두고 그 사이에는 정처없이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그래서 여행하는 것이 즐겁다.

그렇게 방콕 센트럴 월드를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내 시선을 잡아끄는 포스터 월.

그곳에서 평소 무척 좋아하던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만의 알록달록한 색감의 믹스 매치, 대충 그린 듯한 드로잉 속 스치는 통찰력.

무엇보다 늘 재치있게 마무리하는 터치가 내 마음에 쏙 들어서 팔로우하면서 그의 작품을 볼 정도다.



방콕 센트럴 월드에서 열린 장 줄리앙의 <THE PEOPLE> 전시.



고민할 틈도 없었다.

내 발은 설레서 절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으니까.

평소 좋아하던 그의 전시를 방콕에서 우연히 그것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내 두 다리가 어찌나 빨리 움직이던지 나도 놀랄 정도였다.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장 줄리앙의 <THE PEOPLE> 전시. 위트 있는 그림 속에 뼈 있는 통찰력이 녹아 있다.





1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만의 색감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2 포토 스팟이 된 전시 월 PHOTO FROM @jean_jullien



방콕에서 열린 <THE PEOPLE> 전시는 장 줄리앙이 바라본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에 지배된 사람의 모습, 다양한 메세지들로부터 기겁하는 사람.

소셜 미디어의 늪에 빠져 버린 사람.

비행기 이코노미 석에서 바라본 퍼스트 석의 사람.  

이러한 주제들만 놓고 봤을 때는 사회의 문제점을 논하는 것이기에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는 심각하지 않게 이러한 문제를 해맑게 지적한다.

그만의 따스하고 컬러풀한 색감까지 더해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이러한 문제를 생각해보라고

부드럽게 권유하는 것만 같다.

이는 예술이 지닌 순기능이 아니던가.

그저 그의 그림체와 색감에 반해 좋아해왔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자 더욱 그의 팬이 된 계기가 된 전시였다.

그의 일러스트 시그너처 표정처럼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1 100번 고민하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한 기념 사진. 찍길 잘했지 뭐야. 2 전시를 관람한 후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달디 단 화이트 카페모카를 마셨다.




전시를 보고나서도 정처없이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그러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호텔 근처 시장을 찾았다.

정렬되지 않은 혼돈의 상태와 특유의 시끌벅적한 활기찬 기운.

다양한 물건과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나는 시장을 아직도 난 참 좋아한다.





이제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긴 여독을 풀기 위한 마지막 마사지를 받으러 랑수언 로드에 있는 디오라 방콕 랑수언을 찾았다.

마사지 룸으로 이동할 때 계단 가장자리에 놓여진 캔들의 어둑어둑한 불빛이 참 마음에 들었다.

 밝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고 말하지 않더라도 좋다는걸 느낄  있지 않은가.

그 절제된 불빛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좋았다.

그 후, 나는 마사지를 받으며 편안한 단잠에 빠져 들었다.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디오라 방콕 랑수언Diora Bangkok Langsuan.



요즘, 외출해서 밖에서 밥을 먹기도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백신 인증절차를 거쳐 입장한 후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밥만 먹고 서둘러 나와야 하는,

다양한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은 외식이나 다양한 활동에 제약이 있는 그런 상황.

인원은 2명이냐, 4명이냐, 6명이냐 를 일일이 세야하는 답답한 환경.

그곳에 놓인 우리들. 기약을 알 수 없어 더 슬픈 현실이다.

분명한 건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여행기를 쓰면서도 내 경험이 마치 전생에 겪은 것처럼 아득하다.

정작 우리가 여행을 가서 하고 싶은 건

우연히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전시를 관람하는 일, 내 몸과 영혼을 잠시 푹 쉬게 해줄 마사지를 받는 일

등 참 소소한 것인데 말이다.


내가 자꾸 여행기를 쓰고 싶어했던 이유를 지금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리의 소중했던 감정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그만큼 우리 삶의 즐거움은 컸다고, 다음 즐거움을 알게 해주기 위해

지금 이런 시련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버리자.



생각은 자유니까.




2017.05.27~2017.06.01 Ko-muk & Bangkok,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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