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Tate Modern - 영국의 대표적인 재생건축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영국 런던에는 상징적인 건축물, 테이트 모던이 개관했다.
타이밍도 아주 기가 막히다. 21세기 시작과 새 시대의 출발선에 '현대' 미술관의 개관이라니!
1995년 영국은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테이트 재단과 함께 손을 잡고 현대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장소는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 세계 2차 대전 이후 런던 중심부의 전력을 담당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1980년대 여러 환경 문제들로 인해 문을 닫게 됐고 그렇게 수십 년을 목적 없는 공간으로 방치되었다. 자연스레 그 주변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낙후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활발한 산업화를 보여주었던 공간의 그렇게 잊히는 듯했다.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에서 템즈강이 바로 옆에 흐르고 있고 세인트폴 성당이 맞은편에 위치한, 완벽한 접근성과 영국의 상징적 요소들이 즐비한 이 곳보다 미술관으로서의 최적의 장소가 있을까.
영광의 프로젝트를 위해 영국은 국제 공모를 진행했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은 각자의 설계도를 가지고 참여했다. 그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안도 타다오, 렌조 피아노 등도 속해있었다. 결과는!
스위스 건축가 듀오 Herzog & de Meuron의 당선! (베이징 올림픽 당시 새 둥지 모양의 경기장을 건축했던 건축가들이기도 하다!) 여러 다른 팀과는 다르게 이 젊은 건축가들은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하자고 제시했고 '새로운 시대, 21세기로의 변화'에 집중해있던 당시의 상황에 이 설계안은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외부는 화력발전소의 모습 그대로 놔두고 내부를 미술관에 맞게 변화시키자는 것이 그들의 설계였다.
과거의 상징적인 건물로서의 가치를 지워버리지 않고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생된 테이트 모던은 첫 개관한 해에만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슬럼화 위기까지 놓였던 템즈강 남쪽 지역은 테이트 모던을 통해 다시금 도시의 활력을 찾아가게 되었다.
테이트 모던의 외관은 붉은 벽돌에 높은 굴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고 어딘가 둔탁해 보이는 무거운 옛 발전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주황색 바탕에 Tate Modern이라고 크게 쓰인 입구로 내려 들어가면 완만한 경사와 함께 확 트인 천장이 눈에 띈다. 그리고 과거를 짐작하게 하는 큰 기둥과 아마 발전소의 뼈대 역할을 했을듯한 철근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옛 터빈(turbine) 실이었다던 이 홀은 생각보다 정말 넓었다. 이 넓은 곳은 가끔 전시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관람객들이 바닥에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발전소의 천장에는 유리창을 덮어 자연광을 자연스레 내부까지 들어오도록 하였다. 발전소가 가지는 딱딱함은 온데간데없고 자연광이 내리쬐는 터빈홀에서 사람들은 기둥에 기대앉아 노트북을 하거나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간식을 먹고 잡담을 나눈다.
과거 화력발전소의 핵심이 있던 공간이 현재 관람객의 휴식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아주 멋있게 변화했다.
물론 테이트 모던이 꾸준한 관광명소로 그리고 현시대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이 외관뿐만은 아닐 것이다. 테이트 모던은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4가지 주제, 풍경(환경), 정물(오브제), 누드(행위, 몸), 역사(기억, 사회)로 나눠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전시를 구성했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보였던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며 누구나, 언제든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나같이 현대미술 알못(현대미술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입장료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현재도 끊임없이 다양하고 멋있는 전시들을 시도하고 있는 테이트 모던은 뉴욕이 선도하던 현대미술을 런던으로 옮겨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땐 이미 New Tate Modern 증축이 완공된 후였다. 오랜 고민 끝에 증축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이 건물 또한 Herzog & de Meuron이 맡았다. 위치는 기존 건물의 오른쪽, 오일탱크가 위치했던 곳이다. 그마저도 보존하며 행위예술의 전시공간으로 구분했고 새 건물은 10층 규모의 높이로 증축했다.
적벽돌로 쌓아 올린 새 건물은 16년도에 완공했다. 구멍 뚫린 적벽돌 덕분에 해가 지면 그 사이로 빛이 스며 나온다. 마감재로 적벽돌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화력발전소의 마감재인 적벽돌과 비슷한 색감으로 하나라는 일체감을 부여하고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원래 같이 있었던 건물을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적벽돌과 유리로 만들어진 반듯한 직사각형의 이 건축물이 어떤 것보다 강렬하고 웅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슬럼화 직전으로 쇠퇴해가던 템즈강 남쪽 전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이제는 연간 400만 명이 찾는 곳으로 재탄생한 스토리 텔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