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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같은 말, 마음의 시작

“엄마 미워”라는 첫 감정의 표현

by 킴미맘

요즘 린둥이들의 입술에서 새싹 같은 말들이 피어나고 있어요.

처음엔 옹알이 같던 소리들이 이제는 제법 문장이 되고, 감정이 실린 표현이 되더니

어느새 엄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둘째 서린이는 언니보다 한 발짝 먼저 말문이 트였어요.

밤마다 잠자리를 거부하며 “아니~싫어!” 하고 버티다

엄마가 화를 내면,

눈물 그렁한 얼굴로 “엄마 미워”를 내뱉습니다.

그 한마디에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요.

서린이는 곧바로 아빠 품으로 달려가 숨듯 기대는데,

그 뒷모습을 보며 ‘아, 이제 우리 아이도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구나’ 싶어 울컥해지곤 합니다.


저녁밥상 위에서도 작은 드라마는 펼쳐집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고도 정성껏 반찬을 준비하지만,

서린이는 젓가락을 툭 내려놓으며 “맛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을 해요.

순간 서운함이 스치지만, 그 말마저도 자기만의 세계가 자라나는 신호이겠지요.

결국 서린이는 주방을 기웃거리며 다른 간식을 찾고,

그 옆에서 예린이는 동생의 말투를 흉내 내듯 “맛…없어…” 하며 따라 말합니다.

아직 서툴지만, 예린이도 차근차근 자기만의 언어를 쌓아가는 모습이에요.


어린이집에 다녀온 저녁시간,

아이들과 함께 알림장을 펼쳐보는 날이었어요.

선생님이 적어주신 짧은 글귀와 사진을 보며,

린둥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선생님 좋아~” 하고 함께 외칩니다. 아직은 서툰 말이지만, 그 안에는 고마움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아이들이 엄마 아빠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과도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29개월, 이제 아이들은 단순히 “주세요” “싫어요”를 넘어서 엄마의 마음을 흔드는 말들을 내뱉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엄마 미워”라고 말할 줄 알고,

맛있다 대신 “맛없어”라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나이가 되었어요.

말속에 담긴 감정이 크고 작게 파동을 만들고, 그 파동은 제 마음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때로는 마음이 서운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 서운함 뒤에는, 감정을 드러내고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는 아이들의 성장이 숨어 있음을 알기에 저는 또 웃게 됩니다.

말은 작지만, 그 속에 담긴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 엄마 마음은 요동치고 흔들리지만

결국은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배워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걸 느낍니다.

엄마를 따라 배우는 게 아니라,

엄마가 아이들을 따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29개월의 말은 아직 서툴고 짧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향한 눈부신 시작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입술에서 피어나는 단어들이 모여

언젠가는 아이들의 세계를 넓히고, 마음을 깊게 하고,

사랑을 더 선명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도 엄마는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조금씩, 천천히, 아이들과 함께

같이 자라는 중입니다.


아이들의 말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은 언제나 크고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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