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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의외로 골반을 많이 쓰는 운동이다. 골반을 같이 움직여야 발차기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내가 20대 초반에 골반쪽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전신마취 급으로.
선천성 고관절 이형성증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나도 처음 들어봤다. 내 병명으로.
'선천적 또는 발달성으로 비구의 발육 부진으로 인해, 고관절 내 공모양의 대퇴골 머리가 부분적으로 빠져있는 상태'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병까지는 아니고 그냥 남들보다 골반에 무리가 잘 가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골반에 무리가 갔다는 말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어이가 없다. 듣고 나서도 믿기지 않아서 의사 앞에서
"제가요...? 무리를 해요...?"라고 되물었다. 걷는 것도 잘 안 할 것 같은 모양새긴 했었는지 의사도 조금 난감해하며 웃었다. 사람마다 무리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답해준 기억이 난다.
고관절 이형성증 자체를 수술한 것은 아니었다. 골반에 무리가 가해지면서 림프관이 새어 물혹이 생겼고, 그 물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것이었다. 재발해서 두 번.
관장님께 내 상태를 대충 설명했다. 내 엉망인 근육상태를 변명하기 위한, 사실에 기반한 핑계였다. 그 김에 근력운동 강도를 줄여주시면 금상 첨화였고.
하지만 이 핑계는 기가 막히게도 반대로 작용했다.
"그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됩니다."
기본운동 루틴이 늘어나는 소리였다.
*
골반 유연성 운동과 주변 근육 강화운동이 시작되었고
발목이 약해 디딤발이 버티지를 못하니까 발목 강화운동이 추가되었다.
새삼스럽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체육관 "관장님" 들은 운동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대학 전공은 물론이고 어딘가의 대표선수 타이틀로 한 번쯤 뛰어봤던 전문가 말이다.
피티도 받아본 적 없는 나는 그렇게 운동 전문가를 만나 팔자에도 없었던 맞춤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태권도는 언제 제대로 하기 시작하나요?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