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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장에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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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주 3회 운동을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이 남으면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야근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조금씩 진행되는 발차기 연습이 너무 재미있었고, 빨리 보통의 근육 수준을 만들어서 그 이상을 배우고 싶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운동에 재미가 붙었다. 도복도 하나 사고 싶었고 2단 승단심사를 봐야겠다고 속으로 다짐도 했다.


도복을 구입하려고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판매 중이었다. 물론 그 브랜드 사이트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각 브랜드의 도복들을 모아 파는 곳이 따로 있다. 나는 중상위 가격의 메이저 브랜드 도복을 골랐다. 앞판 옵션으로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를 달았다. 뒤판 옵션을 고민하다가 회사 동료에게 KOREA라고 적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고려대학교 사람 같다고 했다. 결국 등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새로 주문한 도복이 도착하기도 전에 다짐은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것도 정부 정책에 의해서 말이다. 펜데믹 대책의 일환으로 실내 체육시설 운영에 제한이 걸린 것이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하셨다. 갑자기 나타난 삶의 오아시스는 그렇게 정말로 존재하되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럴 거면 닭장 같은 회사나 좀 어떻게 해주지 싶었지만 전 세계적 재난이다 보니 어디 원망할 구석도 없었다.


한 달가량을 강제로 쉬었다. 물론 체력 유지를 한답시고 퇴근 후 공원을 뛰는 행위를 몇 번 시도하긴 했다. 하지만 평상시 내 생활습관을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조금이나마 간신히 올라간 체력과 근력이 원상 복귀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


실내 체육시설 운영 제한에 대한 기준이 완화되었다. 나는 기사로 소식을 접하자마자 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인원제한이 아직 있긴 하지만 성인부는 사람이 적어 내가 가도 괜찮다고 했다.


새로 산 도복을 챙겨 출근했다. 가자마자 관장님이 내 몸상태를 스캔하셨고, 그동안 누워만 있었냐는 뼈 섞인 농담을 들었다.

아니 그럼 사람이 보통 앉거나 누워있죠!

라고 받아치지는 못했고 그저 멋쩍게 웃었다.


근력운동 진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고, 발차기는 발목이 제대로 설 때까지 안된다고 했다. 멀쩡히 걸어서 여기 왔다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최근 이유도 없이 발목이 시큰거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신뢰도가 또 올라갔다. 나는 관장님 앞에서 운동방식을 가지고 토 달지 않기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도복은 땀흡수가 잘 되고 잘 늘어나는 소재는 아니다 보니 근력운동을 하기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혹시 몰라 들고 간 운동복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산 도복은 그렇게 바깥 외출만 한번 했다가 다시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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