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걍귤 Dec 01. 2021

우리집 주방에는 세제가 없다

설거지 비누 리뷰


 요즘 은밀한 취미가 생겼다. 제로 웨이스트 아이템을 '은근슬쩍' 추천하는 것인데, 특히 비누는 1순위 전파 대상이다. 이름부터가 직선 몇 개로만 이루어져 있는 비누.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단순함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마지막 모습까지 좋다.


그래서 설거지도 비누로 한다,라고 말하면 아직은 대부분 생소해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설거지 비누는 생각보다 만만한 존재다. 약간의 마음의 준비와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샴푸바와 다르게, 처음 쓸 때부터 펌프를 눌러쓰던 지난날들이 아쉬울 정도로 별거 없다.





핫케이크 세트 (삼베 수세미와 설거지 비누)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떠들고 다니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긴다. 설거지 비누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제로 웨이스트를 하겠다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닌다는 걸 알고 있던 동료가 어느 날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비누 한 조각을 나눠주었다.


디스펜서형 주방 세제를 비누로 바꾸는 일은 단순히 ‘생활용품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모자라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는 설거지를 수세미에다 비누를 문질러서 해야 한다니. 솔직히 진입 장벽이 높다.


음. 하지만 공짜면 말이 달라진다.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 부담 없이 사용해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아무래도 비누는 액체 제품보다 거품이 안 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기존 세제보다 훨씬 빨리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졌다. 지속력도 좋아 추가로 비누를 묻힐 일도 없었다.


그 비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구매하려고 찾아보니 이벤트성으로 제작해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란다. 인생 설거지 비누를 만남과 동시에 이별이었다. 한 번 마음에 들면 단종될 때까지 쓰는 외길인생 소비자로서 씁쓸하게 다른 비누를 찾기 시작했다.


조건은 3가지였다. 우수한 가성비, 팜유 미포함, 간결한 포장. 1차 관문인 가성비에서 유명한 비누들이 우수수 탈락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쓰는 생활용품인데 굳이 비싼 제품을 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잔여 세제가 입으로 들어갈 것을 생각해 안전한 1종 세척제에, 팜유도 들어있지 않아야 했다.


야생동물의 터인 열대우림을 파괴해 만들어지는 팜유는 과자, 라면과 같은 식품에도 흔히 들어있어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화장품이나 세제처럼 성분을 따지는 제품에서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까탈스러운 선발과정을 통과한 두 비누를 소개한다.



강청 / 앤드파인

구입한 제품은 ‘강청 칭찬해 비누’와 ‘앤드파인 설거지 주방 비누’였다.


강청 비누는 개별 비닐포장이라는 점이 아쉬웠는데 다른 고객들도 역시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개선을 약속하는 판매자의 답변을 보고 구매했고, 실제로 지금은 5개 묶음으로 포장방식이 변경되었다. 사용하면서 특별한 장점이나 단점은 없었다. 가성비 좋은 무난한 비누였다. (100g에 1,032원으로 유명한 브랜드 비누의 절반 수준이다)


앤드파인 비누를 처음 봤을 땐 너무나 빨랫비누 같은 크기와 비주얼이 묘했지만, 사용감만큼은 내가 찾던 그 비누와 매우 흡사했다. 주방 세제와 다르게 설거지 후 손이 당기지 않을 정도로 촉촉하다. 풍성한 거품이 오래 유지되고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100g에 1,995원)


기존에는 스티커가 붙은 종이에 담겨왔는데 현재는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종이박스로 변경되었다. 비누에도 클로렐라가 추가되어 초록색으로 변했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앤드파인 비누를 최소 5개씩 쟁여놓고 쓰고 있다. 크기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하게 소분한다. 자를수록 버터 같다고 생각하며 또각또각. 전용 용기에 넣고 뚜껑까지 닫으면 마음이 아주 흐뭇해진다. 환경을 위해 작게나마 뭐라도 한 것 같은 기분.



비누를 딱 한 번 묻혀 만든 거품


 여기까지 읽었다면 ‘진짜 액체형 세제처럼 거품이 잘 나는지’가 궁금할 것 같아 사진을 첨부한다. 설거지 비누 유저를 한 명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기꺼이 설거지를 하다 말고 손에 묻은 거품을 씻고 물기를 닦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 명의 실천이 결국은 세상을 바꾸니까!





구매 링크

강청 설거지 비누

앤드파인 설거지 비누

작가의 이전글 미니멀리스트가 자가격리로 깨달은 9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