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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프로듀서 Sep 12. 2019

소문난 뷔페에 먹을 것 없을까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구독자"를 가지면 무섭습니다

오늘도 무패행진을 달리는 명언

언제나 봐도 명언이다

필자는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정보들 사이에서 정말 쓸모 있고 유익한 정보는 별로 없고

그 유익한 정보들도 "구독자"라는 체급 차이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버린다.


음식을 천직으로 삼았지만, 먹방 유튜브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먹방이라는 콘텐츠는 "요리"라는 콘텐츠의 영역에서 맘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음식의 레시피나 역사따윈 관심 없고 그저 먹는 행동 자체에 매료된 사람들은

점점 자극적이고 간단한 음식만 찾으며 진정한 "미식"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


헛똑똑이 전성시대

그냥 뷔페를 가지 말라고 해라

유튜브에 무슨 영상이 올라오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필자가 열심히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화려한 효과도 없는 지루한 정보영상이 먹힐 리가 없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인터넷의 게시글 하나 때문에 오밤중에 신나게 웃었다.


"뷔페에서 고기 먹지 마세요, 야채 먹어요 야채"

"회나 초밥 종류는 그냥 독입니다 독"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유튜브에 검색하니 떡하니 나온다.


영상을 만든 사람들은 뷔페에서 일을 해보긴 한 걸까?

그전에 요리라는 걸 해봤을까?


뻔할 뻔자다.


인터넷의 지식들을 수박 겉핥기처럼 모아서 화려한 이펙트와 EDM노래 하나라면

젊은이들은 변깃물마냥 핸드폰 속으로 빨려들어갈테니깐.


필자는 화려한 영상편집 실력도, 멋진 얼굴도, 간드러진 목소리도 없다.


헛똑똑이들에게 콜라 같은 일침을 날릴 수 있는 필자의 유일한 방법은

그나마 소박한 글 실력과 경험이라는 무기다.


맛있게 드세요, 그런 거 신경 쓰면 뭐 먹고살아요

중식뷔페의 대표 메뉴 탕수육

유튜브에서 그러더라, "뷔페 중식은 재활용하고 제일 비위생적이니 먹지 마라"

중식집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꽤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중식은

역설적이게도 뷔페에서 가장 위생적인 메뉴다.


뷔페의 중식은 뜨거운 튀김기름 앞에서의 단순노동의 연속이다.

TV에 나오는 유명 중식 주방장들의 탕수육은 뷔페에겐 사치다.

탕수육은 직접 만들면 한 명이 꼬박 수 시간을 붙어 있어야 한다.

머릿수와 시간이 중요한 뷔페에겐 불가능이다. 초 일류 호텔이면 모를까, 중소규모 뷔페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탕수육, 깐풍기 등등 대부분의 재료는 완재품을 납품을 받으며

이것을 튀김기에 튀기고 소스만 얹어내면 끝이다.

남은 재료를 재활용한다? 안 그래도 뷔페 특성상 부먹을 하는데, 눅눅한 탕수육을 재활용할 수 있겠는가.

야채 역시 당일에 사용할 양만 소분하여 손질하며, 소스라는 특성상 남김없이 모조리 투입하기 때문에

재료를 남겨서 재활용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당일 즉시 조리, 강력한 화력과 튀김의 특성상 중식은 제일 신선하고 맛있는 뷔페의 간판 메뉴다


미디어의 가장 큰 희생자 볶음밥

볶음밥은 "재료의 관리가 비위생적이다"와 "남은 밥을 재활용한다"라는 미디어의 누명의 희생자다.

필자는 실제로 비위생적인 볶음밥이 방송에 나온 뒤 한 사람도 퍼가지 않은 볶음밥을 본 경험이 있다.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간 음식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걸 보면 눈물만 나올 따름이다.


먼저 재료의 경우, 볶음밥의 특성상 재료를 잘게 다져야 하는데.

100명 이하의 소규모면 몰라도 기본 300명 이상의 인원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생명인데

직원을 그저 재료나 다지게 할 수는 없다.

볶음밥 재료 역시 밀폐된 위생팩에 담겨 납품되며,

조리사들의 업무는 그것을 최대한 빠르고 맛있게 볶는 것이다.

볶음밥은 미리 만들어두면 고슬고슬함이 사라지고 기름떡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부족할 때마다 바로바로 볶아서 나가는 것이 포인트다.


남은 밥을 재활용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호텔의 규정상 모든 음식은 뷔페가 마감되면 바로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되고

수십 번 여닫으며 수분기가 다 날아가고 여러 명의 주걱질로 돌이 되어버린 밥은 처리 대상 1순위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도 불안하다면, 딱 하나만 조심하면 된다.


바로 "기계로 만든 초밥"이다.

초밥기계

초밥을 기계로 만든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갸우뚱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개방형 주방과 퍼포먼스 등 보는 즐거움도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이기에

초밥, 즉 일식 파트는 대부분 뷔페 정 가운데 위치하여, 즉석에서 손으로 초밥을 쥐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없거나 가격이 저렴한 뷔페의 경우 초밥은 기계가 만든다.


주로 소규모 뷔페, 대형마트처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초밥을 만들어야 하는 장소에서 사용하는데.

간을 한 밥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모양이 잡혀 나오는 밥에 생선만 올리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므로

고급인력인 조리사보단 아르바이트생이나 실습생에게 가장 1순위로 맡겨지는 업무이다.


문제는 분해가 상당히 불편한 기계구조와 쌀이라는 재료의 특성상 기계에 낄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이걸 정말 대충 닦는다.

(언제나 필자는 기계를 모조리 분해해서 온수에 담그고 구석구석 닦아냈다.)


그렇기에, 필자가 유일하게 먹지 않는 뷔페 음식이 바로 기계로 만든 초밥이다.

애초에 초밥은 쌀의 양과 쥐는 힘이 매우 중요한데. 기계는 그 미세한 차이를 할 수가 없다.

너무 많은 쌀이 기계의 힘으로 눌려 떡이 되어버린 초밥은 정말로 맛이 없다.

같은 이유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초밥 역시 잘 먹지 않는다.


음식의 퀄리티는 뷔페의 경쟁력이다

이 세상에 맛없게 요리하려는 요리사는 없다

대부분의 메뉴들은 모두 위와 비슷한 이유로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신선도와 조리 후 보관의 불편함, 남는 음식들로 인한 금전적 손실

정상적인 사장이라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또한 호텔과 예식장에게 음식이랑 가장 큰 경쟁력이며 주 무기이다.

TV에 나오는 위생이 불량한 뷔페들은 대부분 인기가 없고 오래되어 거의 포기상태의 업체들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벌써 눈 밖에 났을 것이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모든 뷔페를 그렇게 악당들 보는 것처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맛없는 요리를 하려는 요리사는 없다.


돈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필자는 한 호텔에 실습생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짧은 기간 동안 경험한 필자의 결론은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주방, 반도체 공장 같은 위생, 기성품은 찾을 수 없는 100% 수제작 음식들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는 한 끼 가격까지.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좋은 거 먹고 싶으면 비싼 걸 먹어라"가 아니다.

필자의 어머니가 늘 "너무 싼 것을 먹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것처럼

모든 음식은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 때문에 식문화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영국과

편의점주먹밥의 등장으로 진정한 따듯한 밥의 맛을 잊어가는 일본처럼

자극적이고 파격적으로 싼 음식만 찾는 우리들의 식성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언젠가는 프랑스처럼 미식의 나라가 되어있지 않을까.


-FIN-


글쓴이-쉐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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