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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질투는 나를 말한다: 욕망의 거울

“질투는 열등감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by 심리한스푼

1. 질투의 순간: 웃으며 흔들리는 마음

연애가 끝난 지 3개월쯤 됐을 때였다.
그녀가 새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며칠 뒤,
SNS에 그녀와 누군가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시태그는 “#새로운시작 #행복”.
나는 스크롤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좋네.”
그리고 3초 후, 그 말이 뇌에서 다시 돌아왔다.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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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면을 닫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뭔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기분이 나쁜 것도, 그렇다고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딘가 건드려진 느낌.


이상하게도, 비슷한 감정을 직장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
함께 입사한 동기가 나보다 먼저 승진했을 때,
“축하해!”라고 말하면서도
내 속 어딘가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그때 느낀 감정의 이름은 단순한 ‘열등감’이 아니었다.
그건 나의 욕망이 반응한 신호,
즉 “나도 그 자리에 서고 싶다”는 무의식의 몸짓이었다.



2. 질투는 열등감이 아니라 방향의 감정

우리는 흔히 질투를 ‘못난 감정’으로 배운다.
“질투하면 지는 거야.”
“쿨해야지, 어른이 돼서 그게 뭐야.”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질투는 결핍의 반응이 아니라 욕망의 반사광이다.


열등감은 위치의 감정이다.
“나는 왜 저 사람보다 아래에 있을까?”
그건 비교의 끝에서 오는 체념이다.


반면 질투는 방향의 감정이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건 비교의 시작에서 솟아나는 욕망이다.


질투는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심리적 나침반이다.
우리가 질투를 느낄 때,
사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그 방향’을 알고 있다.



3. 욕망의 거울: 투사와 그림자의 심리

카를 융은,

인간의 무의식 안에 ‘그림자(shadow)’가 있다고 말했다.
그림자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자아의 한 부분이다.
그건 악의나 부정성뿐 아니라,
감당하지 못한 가능성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의 강함, 재능, 열망조차도 두려워하며 억누른다.
그 힘이 외부로 밀려날 때,
그건 ‘질투’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내가 질투하는 사람은,
내가 억눌러온 그림자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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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새 연애를 시작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의 밑바닥에는
‘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미 있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녀의 행복이 미운 게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내 존재감이 그 속에 비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기의 승진이 나를 찔렀던 이유는
‘그 사람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도 저만큼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질투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내 안의 가능성이 외부에 비춰진 심리적 투사(projection)다.
내가 그 사람을 보며 느끼는 감정의 강도는,
내가 그만큼 내 욕망을 얼마나 억눌러왔는지를 보여준다.



4. 질투의 해독: 욕망을 이해하는 질문

질투를 느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외부로 돌린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될까?”
“왜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없을까?”


그러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그 감정이 가리키는 욕망의 형태를 보아야 한다.


질문해보자.

나는 저 사람의 어떤 점을 질투하는가?

그건 물질인가, 아니면 삶의 태도인가?

내가 부러워한 것은 그의 결과인가, 아니면 그가 살아내는 방식인가?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질투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방식’이다.
타인의 성공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그가 “자신의 욕망을 밀어붙일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질투는 타인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아직 내 욕망을 충분히 허락하지 못한 신호다.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해석해야 한다.
그 순간, 질투는 더 이상 수치가 아니라 통찰이 된다.
감정이 나를 무너뜨리는 대신, 나를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5. 결론: 질투의 끝에서 만나는 나

질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그건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욕망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질투하는 사람은,
사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 사람의 삶 안에는
내가 미처 인정하지 못한 나의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질투의 방향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결국 ‘나의 욕망이 가리키는 나’가 서 있다.
그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생기는 순간,
질투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장의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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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그 욕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 —
즉, 인정 욕망의 심리다.

“질투는 열등감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는,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이 숨어 있다.”


다음 장에서는 그 마음의 뿌리를 따라간다.
〈8장. 인정 욕망의 심리학 —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




✍️ 한줄요약

“질투의 방향을 따라가면,
그 끝에는 내가 되고 싶은 나의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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