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기다려라
지난번 서울에서 훈련을 할 때 허리가 아팠다.
그런데 열심히 뛰니 아픈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운동을 잘하고 대전으로 잘 돌아왔다.
그런데. 허리가 계속 아팠다.
병원과 한의원을 다 가봤다. 병원에서는 디스크 “끼”가 있다고 했고, 한의원에서는 골반이 좀 틀어져 있는데, 이 상태에서 근육이 뭉쳐서 허리 통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단 양방에서는 물리치료만 받고 처방받은 약은 약국에 들르지도 않고 끝냈다. 결론적으로 한의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어제 치료를 또 받고 오늘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이다. 허리는 아파도 그냥 가는 것이다. 월드컵은 그냥 가야지. 아파도 가야지. 아파도 시합 뛰어야지. 암.
6학년 학생들과 유포를 가지고 수업을 했다.
일단 내 기본적인 생각으로 학생들이 유포를 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왜냐하면 스틱을 활용해서 링을 던지는 기능이 굉장히 고급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틱으로 링을 던지는 것이 화려하고 어렵다 뭐 그런 의미가 아니라,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링을 손이 아닌 다른 도구를 가지고 원하는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 상당이 어렵게 느껴졌다는 의미이다. 물론 링을 받는 것도 어려우리라 예상했다.
2시간 정도를 친구와 주고받으며 활동을 했다.
몇몇 학생들은 유포가 정말 재미있다고 반응해 주었고, 또 일부는 이거 왜 하냐며 싫은 기색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암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우리는 유포를 배웠다.
그리고 게임을 해 보았다. 3:3이 아닌 4:4 또는 5:5로 게임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잘 진행되었다.
물론 링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플레이는 많지 않았다. 땅에 떨어져서 서로 클레임을 하는 상황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득점도 나오고 연결을 시도하고 그것을 성공하는 장면도 꽤 많이 나왔다.
나의 선입견을 한번 돌아보았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 월드컵 대회가 티브이에 나오지도 않을 거야. 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스포츠가 아니거든.”
애들이 물었다.
“유튜브나 인스타라이브는요?”
애들의 관심이 고마웠다. 물론 내가 관심을 가지게끔 매번 강조하고, 수업도 유포를 가지고 운영한 상황이긴 하지만.
“유튜브나 인스타라이브는 나오지. 꼭 봐. 벨기에에서 선물 사 올게”
즐거웠다. 체육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세계의 무대로 초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우리 반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국제대회로 자리를 비웠던 기억은 없다. 더더욱 티브이는 아니더라도 그 장면이 SNS에서 중계가 된다니.
학생들과 나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길!
D-20 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