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 대신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나의 문제를 남자친구에게 이전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애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불안감과 고통을 주는 사람이 되어버리면 당연히 그 관계가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결국 나의 삶에서의 문제는 그 누구도 고쳐줄 수 없다. 주변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결국 풀어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내가 풀어나가지 않는다면 나 자신도 만족스럽지 못하지 않는가?
나는 어렸을 때 "기생"하는듯한 형태의 아내, 여자가 되기 싫었다. 커서 보니 기생이라는 단어는 단연코 틀린 말이다만. 가정을 가꾸고 집을 깨끗하게 하고 다양한 음식을 하는 등, 사랑하는 남편에게 집에서 줄 수 있는 행복도 있겠지만 내가 외부에서, 나의 내면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에서 만들어갈 수 있는 행복 또한 주고 싶다. 아직은 정확히 나의 콘텐츠를 쌓고 표현하는 방법은 모르겠다만, 노력하면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서운하거나 화가 날 때, 물론 많다. 그러나 나의 감정이 몰아치는 때에는 (분명 눈치 빠른 남자들은 알아챌 테니)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어?"라고 말한 후 나의 감정을 글로 정리해 보자. 결국 내가 서운한 부분은 내가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분과 얽혀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내가 부탁한걸 안 해서 스트레스를 더 준다던가, 내가 친구가 없는데 그는 잘 놀러 다니고 연락을 뜸하게 한다던가, 나는 일이 잘 안 되는데 그는 나보다 일에 더 집중할 때 서운하다던가. 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에게 나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혹은 무덤덤히 토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나와 내가 겪는 문제들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도 될 것이다.
오늘은 남자친구가 학교에서 내 물건도 정리해 주고 함께 밖에 나가 커피와 술을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사람들을 리드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이렇게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형성해 주며 행복한 날을 만들어주니 너무 고맙다. 우리는 어젯밤에 싸우게 되었다. 그가 불안을 토로하는 날이었는데, 결국 내가 큰 이해를 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불만에 대해선 매우 가끔 입을 여는데, 그럴 때마다 그가 얼마만큼 참아왔을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를 이해하니 나에게 쌓여있던 것들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나의 문제점을 짚어 주었는데, 그가 나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처음 말한 것이라 깊이 새겨들었다. 내가 항상 그가 무엇을 말하면 미안하다고 하거나 말한 후 "excuse" 즉 이유를 덛붙혀 변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엄마 아빠에게도 들어왔던 말이기에 더 잘 와닿은 것 같다. 사실 이게, 이 변명들이 내 머릿속에선 깊이 연관되어 있더라고 남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조금 맞닿아 있을 뿐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진정으로 연관성이 있을 수 있지만 나의 자기 방어 기제가 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과 뒤에 이유를 덧붙이면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또 느낀 것은 내가 나의 상황에 화가 나면, 엮여있는 남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탓한다는 것이다. 어제 이것을 깨달아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매번 느끼는 것인데(아니 매번은 못 느끼지만...) 가끔 이렇게 큰 깨달음을 줄 때마다 나의 남자친구가 정말 똑똑하고, 배울 점이 많고, 심성이 곧은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깊이 느낀다. 평소에는 마냥 어린애 같은데 오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소중한 사람과 오랜 시간, 아니 평생을 할 수 있도록 나도 다방면으로 노력해야겠다. 나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