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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mzi Jul 11. 2023

나는 나를 사랑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나를 사랑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절대 닿지 못하는 목표인것만 같다. 나를 사랑하려고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그런 역설적인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 남들도 사랑하지 못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나의 온갖 생각들이 모두 역겹게 느껴진다. 마치 발버둥치는 벌레, 흙을 토하고 말라 비틀어져 사람들이 고약하다는 얼굴을 하고 지나가게 만드는 지렁이같다.


지렁이, 그래 지렁이다. 내 생각들이 나도 소름끼쳐 기분이 좋지가않다. 이것들을 끄집어내 없애버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 내 머릿속 한없이 엉클어진 실들로 꽤메여 있어 나오지 못한다. 매듭을 풀어봐도 다른것들과 뒤엉켜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남을 사랑해주지 못하고 그들의 일상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뒤집어지는거 같다. 내가 왜 알아야하는지 흥미롭지도 못한걸. 내 머리속에 가득찬 생각들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져 이렇게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걸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건 오직 노동이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났기에 가끔 사람과 대화를 해줘야 내가 버틴다. 근데 이런것을 섭취하는것 조차 더럽다니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식욕이 좋은건 그래도 행운인거같다.


아무도 신경쓰지않고 아무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게 하는게 나의 최선이다. 한창 이것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이게 너무 힘들다. 나를 속에서부터 썩게하고 나는 과연 정상적인 인간이 맞는지 다시금 한번, 아니 매일매일 열번? 스무번? 나도 모르겠지만 생각하게 만든다.


나의 희는 오직 나의 성취다. 성취가 있는 날은 많이 없기에 전혀 좋지 않은것에도 자주 웃는다. 성취한 날엔 오히려 웃음을 참으려 하는것 같다. 드디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것 같다. 지렁이도 한번씩 토양을 좋게하고 썩어 문드러지듯 이렇게 한번씩 토해낸다. 그리고 잠을 잔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아무것도 없는 지렁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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