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의 기록

따뜻한 환대

by 리베르테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해밀턴에 마침내 도착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시작이란 이렇게 우연히 피어나는 것인가 보다.


인천에서 베이징,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까지 비행시간만 16시간이 걸렸다. 세 달 체류 비용을 아끼려는 선택이었지만, 이동 거리와 대기 시간을 생각하면 돈과 시간을 맞바꾼 셈이다. 짧은 여정이 아닌 만큼 이런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베이징과 밴쿠버 공항은 처음이었지만, 낯선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긴장된 마음으로 다음 목적지만을 향해 달렸다. 큰아이 정기가 없었다면 이런 여정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00님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앞으로 3개월간 지낼 유니님 댁의 아드님이었다. 반갑게 맞아주며 짐을 실어 해밀턴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이라 불빛만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무척 생경하게 느껴졌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할 거라며 세심하게 써주는 마음이 따듯했다. 친절한 모습이 유니님을 닮았다.


늦은 시간이라 배는 고팠지만 입맛이 없었다.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았으나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은 후였다. 마땅한 곳이 없어 00님이 야식으로 즐겨 찾는다는 햄버거 가게에서 치킨버거와 고구마튀김, 양파튀김을 샀다. 잊고 지냈던 햄버거! 후각이 기억을 가장 오래 보존하는 감각이라더니, 햄버거 향을 맡는 순간 마치 늘 먹어온 듯 친숙한 맛이 떠올랐다.


마을은 고요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낮은 주택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고, 마당마다 주차된 차량과 차고가 있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보던 풍경 그대로였다. 거실 뒤편으로는 커다란 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아침 운동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00님은 우리가 지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1층부터 2층까지 꼼꼼히 집을 안내해 주었다. 마치 '집 사용 설명서'를 읽어주는 듯했다. 더 자세한 설명과 주변 안내는 다음 날로 미루고 먼저 짐을 풀기로 했다.


짐을 풀어보니 옷 몇 벌과 책, 일기장, 노트북, 필통, 그리고 몇 가지 소소한 물건이 전부였다. 평소 물건을 이고 지고 사는데, 이렇게 단출하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내세요"라는 따뜻한 배려가 긴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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