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토론토에서
토론토에서 산드라를 만날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들떴다. 따뜻하고 다정한, 언제 만나도 편안한 나의 어린 친구를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지만, 유니님이 시간을 아끼자며 직접 운전해 가자고 했다.
“산드라 편하게 만나고 와요.”
내가 산드라를 만나는 동안, 유니님은 아들 집에서 쉬겠다며 우리만의 시간을 배려해 주었다.
다시 찾은 토론토는 여전히 추웠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눈발이 흩날렸다. 롱패딩에 털부츠를 신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산드라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노스욕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니 ‘구이구이’, ‘달동네’, ‘뚝배기’ 같은 한국 식당과 한인 미용실이 눈에 띄었다. 익숙한 한글 간판이 즐비한 거리는 마치 한국 속 작은 캐나다 같았다. 노스욕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생활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우리는 노스욕 시네플렉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산드라가 도착할 때까지 나는 실내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영화관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낯선 나라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드디어 출입문이 열리며 산드라가 들어왔다. 나를 발견한 산드라는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와, 진짜 오랜만이야!”
두 팔을 활짝 벌리자, 산드라가 달려와 나를 꼭 안았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마치 어제 만난 듯 익숙하면서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꿈같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는 브런치를 먹으러 카페 랜더로 향했다. 이곳은 산드라가 추천한 맛집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커피 향이 퍼졌고, 따뜻한 햇살이 통유리를 통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매콤한 토마토소스 위에 반숙 달걀이 올라간 샥슈카를, 산드라는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에그 베네딕트를 선택했다.
“이렇게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하다니, 꿈만 같아요.” 산드라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토론토에서 이렇게 마주 앉아 있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진로와 꿈, 그리고 미래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드라는 연구하는 일이 즐겁다며,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항상 산드라를 응원할게. 산드라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산드라는 활짝 웃으며 얼굴 가득 미소 지었다. 대화는 더욱 깊어졌고, 4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가벼운 산책을 나섰다. 날은 추웠지만,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마침 근처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보여 찾아갔는데, 도착해 보니 뜻밖에도 ‘공동묘지’였다.
노스욕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곳은 장례식장이 있는 공동묘지였지만, 마치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곳곳에는 사람들이 쉬거나 산책할 수 있도록 벤치가 놓여 있었다. 겨울이라 다소 황량했지만, 봄이 오면 초록빛이 가득한 산책길로 변할 것 같았다.
도심 한가운데 공동묘지가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는 주택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공원이 연결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묘지라기보다는 오히려 평온하고 차분한 공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코 흘리던 시절, 친구들과 뒷산에서 뛰놀던 기억,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산드라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산드라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듯했다. 곧 있을 시험 준비 때문에 오래 함께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아… 정말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은데 너무 아쉬워요. 올해 겨울방학 때 한국에 가면 꼭 다시 만나요.”
우리는 다시 한번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산드라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산드라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나는 산드라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시 만날 것을 알면서도, 이 순간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 휴대폰이 울렸다. 산드라에게서 온 문자였다.
"집에 도착하시면 보시게 되시겠죠? 토론토에서 만나다니 아직도 꿈만 같아요. 오늘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산책까지 정말 행복했어요.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하루였어요. 덕분에 힐링도 하고 자신감도 얻어가요. 제게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 다시 한번 더 느낀 하루였어요. 오늘 나눈 이야기들 하나하나 마음 깊이 간직할게요~ 우리 다시 꼭 만나요!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연락할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나도 오늘 너무 힐링되고 행복했어. 산드라가 있어 정말 고마워. “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오늘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졌다.
내 어린 친구 산드라,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