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복절, 태극기를 막 게양했단다. 주인 된 권리, 주권을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것이기에 태극기의 펄럭임도 그 어느 때보다 벅찬 듯이 보였구나. 옭매인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는 일은 어쩌면 수많은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임을 알기에 마음 한 구석 뻐근한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해방이라는 건, 광복이라는 건 세대를 이어가는 너무도 숭고한 가치라는 걸, 잠시 묵념을 통해 생각해 보았단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말이다, 엄마도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 자유롭게 해방되는 상상을 하곤 한단다.
그 모든 굴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도 속에서 내 소임을 다해야 하는 아내라는 자리, 엄마라는 자리, 그리고 가장 무겁게 여겨지는 ‘장손 며느리’라는 자리까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런 것쯤은 굴레라고 생각지 않겠지만, 내겐 가끔은 고통마저 안기는 자리구나.
일을 하는 동안엔 애써 느끼지 않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의무와 책임이, 이토록 일시에 지구를 떠받드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니 타인의 시선보다 무척 힘들기도 하고. 외할머니 살아생전 항상, 엄마에게 하시던 말씀, “넌 현명하고 인내심이 있으니 무엇이든 잘할 거라” 는 그 말씀이 요즘처럼 원망스러운 적도 없어. 현명하고 인내심이 남다른 내게도 한계가 있을 거란 말씀은 왜 하지 않으셨을까? 하고 말이야.
언젠가는 해방된 조국에서 자유롭게 살~ 날을 꿈 꾸며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先人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그들의 굳센 용기와 희망이 오늘 밤엔 내게로 찾아와 위로를 전하고 흘린 눈물을 닦아주는 따스한 손길이 되기를 더불어 염원하면서 말이야. 올 것 같지 않던 ‘여명의 날’ 이 마침내 우리나라를 비추인 것처럼, 내게도 홀로 완전한 날이 올 수 있겠지? 기다리는 맘이야 그저 행복할 뿐이다. 다행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