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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식 Apr 07. 2023

꼰대가 되려 할 때

너무 애 쓰지 말자

매주 목요일.


새벽 6시 30분에 모이는 비즈니스 모임이 있다. 매주, 그것도 그 새벽에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한다는 게 실로 존경스러웠고, 지금은 나도 그 일원이 되어 있다. 그 모임에서 나는 '나이로 Top Class'가 되어 있다. 허락없이 들어온 나이 덕분에 한 것도 마땅치 않고, 이룬 것도 부끄러운데 참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내가 멘토링 코디라니.. 아니, 지금은 부의장이 되어 있다.)


나이 상관없이 모두가 대표들이라 대화할 때 '내 말이 길지 않나?' 항상 주의한다. 요즘 흔한 말, 꼰대. 꼰대라는 단어에 대한 인정 여부나 기준에 대한 심정은 미뤄두고 요즘 세대가 바라보는 기준을 존중한다. 내가 존중하지 않는다고 별반 달라지는 것도 없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세대가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진중하게 받아드릴 필요는 있다.


회식, 상사나 동료와의 소통 방식, 아주아주 정확한 근무시간 준수와 휴무일의 업무 단절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회사' 관점에서는 여러 모로 불편하다.


다른 방식의 소통이 필요해서 하는 회식은 단순한 식사나 음주 시간이 아닌 바빠서 못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술 기운을 통해 어렵지만 조금은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다. 그럼에도 갈수록 인원 비중이 높아지는 젊은 세대들의 회식에 대한 생각은 존중한다.


"회식 한 번 하자"는 이야기를 직접 꺼낸 지 1년 이 훌쩍 지났다. 직원들이 불편해(?) 하는 일에 구지 귀한 돈을 쓸 생각이 없다. 그것은 돈낭비, 시간낭비, 감정노동이다. 나 역시 그런 일에 더이상 내 생각과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신규 입사나 승진 등으로 회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리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참석할께요."라는 답을 준다. 나도 이런 방식이 편하다.  


'꼰대 자기진단 테스트' 중에 '낯선 방식으로 일 하는 후배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 가 있던데, 실로 조심스럽다. 그래서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잣대 하나. '모든 걸 통달한 듯 말하지 말자'. 과정과 환경이 다른데 내 생각이 정답일 수 있나? 그럴 리 없다. 후배 대표님들의 사업 고민을 듣고, "이럴 수는 있겠네요~" 선에서 의견을, 그것도 짧게 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잘 안된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예전에는..", "나 때는.." 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꼰대로의 변신은 한 순간이다. 습관이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잘 기억한다. 내 사고방식의 틀이나 습관적인 말투와 행동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긍정적이든 아니든 꼰대라는 유형의 사람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고, 나는 이를 거부한다.


종종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에 매번 달갑지 않은 평가와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그게 나일 수도 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지만, 그냥 응원하면 될 일에 옳다 그르다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불편하다. 대화가 이어질 수록 원하지 않는 평가의 시간은 길어진다. 나에겐 이게 제일 꼰대스럽다.(그게 바로 나일 수도 있다.)


짧은 게 좋다. 말도, 글도. 길수록 군더더기가 많다. 사실, 자기개발서나 경영 관련된 번역서적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책이 너무 두껍다. 책에도 꼰대스러움이 있다. 읽어보면 30~40% 분량으로 줄여도 충분히 전달되는 메시지인데,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 두께로 품격을 증명하려는 듯 한없이 이야기를 늘려 놓은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정 수준을 넘는 두께의 책은 아예 선택하지 않는다.

  


'나도 꼰대가 되어가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의 인스타와 asked 앱 댓글을 염탐한다. 감탄스럽다. 요즘 아이들의 표현 방식과 소통의 해학스러움. 신선하다.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려가며 읽는 댓글들이 내 머리에 쌓인 먼지들을 시원하게 털어준다.


특히, 익명의 질문과 그에 답변을 주고 받는 asked 앱은 새롭다. 모르는 이가 어찌 알고 나에게 질문을 하고, 알 수 없는 이의 질문에 그냥 편하게 구김없이 툭툭 답을 내민다. 그것도 아주아주 짧게. 신선하고, 유쾌하고, 부럽다.


요즘 아이들은 발랄하다. 그들의 세상은 우리보단 아름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들이 잘해야 한다. 그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는 나의 것이지만, 미래는 젊은 세대들의 것이다. 좀 더 좋은 환경, 좀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되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 생각, 내 말이 아닌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궁금하다. 그들의 기준으로 바닥이 되어주고 싶다.



'어? 나 지금 꼰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입을 닫는다.

말을 멈춘다.


(심플하게, 신선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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