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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명식 Apr 06. 2023

퇴사? 뭐 대단한 일이라고..

너무 애 쓰지 말자

'모든 직장인의 마지막은 퇴사'라는 걸 알면서도 사직서를 받아드는 손은 언제나 무겁다.


왜 그만두는 지, 어디로 이직하는 지 묻지 않는다. 부질없다는 걸 안 지 오래다. "뭐가 불만이었을까?" 이 역시 고민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더 이상이 없는 최선'이 받아 들이는 쪽에서는 다를 수 있다.


'그동안이 최선이었는 지' 역시 묻지 않는다. 입 밖으로 꺼내 놓는 순간 서로 상처다. 그럴만 하니 가고, 그러려니 하고 보낸다.


그래도 수 년 간 퇴직자가 없었는데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역시 그러려니 하고 보낸다. "웃는 얼굴로 만났으니 웃는 얼굴로 헤어지자." 그렇게 말하고 보낸다.


나 역시 창업하기 전에 여러 회사를 다녔으니 떠나기 전 불편함을 잘 안다. 불편한 마음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누구나 힘든 일이다. (뭐 대단한 곳이라고..) 가는 곳 충전해서 가라고 준비할 시간을 줬다. 고민도 없이 남은 시간을 연차로 다 내고, 그 날 이후로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도 그의 법적 권리이다. 인정하고, 이해한다. 연봉을 수 억 씩 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앞으로 살면서 단 한 번 얼굴 마주칠 일 없을 지도 모르는데 가는 마당에 무슨 충성을 하겠는가.


나는 여전히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과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시간을 가져간다. 경험상 대부분은 퇴사 하기 한 두 달 전부터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라 퇴사한 직원의 업무를 체크하고 재분배 하다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소홀함들이 나타난다.


해야 했는 데 하지 않은 일들, 말 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인 것들, 드러내지 않고 묻어 두었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크로스체크 하고, 협업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만든다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구멍은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 퇴사하면 그 구멍은 더 크게 만들어져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빈자리를 여럿이서 함께 메꾸고, 때가 되어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



사실, 사직서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사직서를 받아 들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하지 않을 이유'를하나하나 계속 만들어 간다.


지금도 '경제적 풍요, 정서적 안정' 이라는 두 가지 복지의 중심축을 가지고 사내복지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퇴사자가 발생하면 또 다른 복지를 구상한다. 물론 계속 고민하던 내용의 우선순위나 시기를 당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누군가의 퇴사는 남은 자의 복지로 돌아오는 패턴인 듯 하다.


이것은 나의 오기이기도 하다. 넉넉해서가 아니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데 '돌아섬'은 상처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보듬어주고, 여전히 함께 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2년 여 만에 내 손에 들린 이번의 사직서가 나를 또 자극한다.


나의 어떤 노력에도 '나의 최선'에 동의하지 않는 친구는 또 나올 것이다. 나는 또 그러려니 하고 보내겠지. 이동주기도 빠르고, 이유도 신선한 친구들. 적응해 가는 게 그리 나쁘진 않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제일 어이없는 인턴 직원의 퇴사 이유. 

"외근 다닐 때 대중교통 이용하는 지 몰랐어요."

(이 친구는 어떤 삶을 살았던걸까?..)



퇴사?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다시 뽑으면 되지.


퇴사?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뭐든해서 먹고 살면 되지.


그러니, 너무 얼굴 붉히지 말자. 만나고 헤어지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웃으며 만났을테니 웃으면서 헤어지면 좋겠다. 살아보니 인생 별 것 없더라.


퇴사?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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