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반도 국가다. 서쪽으로 중국 바다와 북쪽으로 중국 대륙이 연결돼 있어 중국 문화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은 조선시대와 근현대를 거쳐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했다. 그중 음식문화만큼은 중국과 본질적으로 다르고 독창적인 형태로 발전시켜왔다.
음식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행동, 정신이 문화로 정착돼 한 나라의 국가 음식으로 발현된다. 따라서 한국인의 음식문화 총체를 한국음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음식은 다양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밥과 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찬이 어우러져 밥상이 구성되는 것이 기본이다. 뚜렷한 사계절 때문에 다양한 제철 채소 재배가 가능했다. 그리고 부족한 식량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김치와 젓갈,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했다. 이러한 음식의 다양성은 한국음식을 여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한국음식은 나누는 기준과 형태에 따라 그 범주의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음식을 구분해서 부르는 용어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궁중음식, 반가음식, 종가음식, 전통음식, 향토음식 등이 있으며 모두 한국음식의 일부분이다. 이 용어들은 서로 유사성이 있어 범주의 경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뿌리가 한국음식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빼놓고 설명할 순 없다. 그 가운데 종가음식은 한국음식이 발전해 온 역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이어져 왔다.
왕족과 양반, 서민으로 계층이 나눠진 조선시대(1392~1910)는 생활하는 양식과 문화가 서로 달라 음식 형태도 달랐다. 왕권이 강했던 시대에 임금에게 올리는 궁중음식이 가장 발달하게 된다. 궁중음식을 가득 차린 연회가 끝나면 남은 음식과 식재료, 음식을 만드는 방법들은 신하들에게 전해져 양반 가문만의 음식법이 생기게 된다. 결국 양반 가문 가운데 국가로부터 불천위(不遷位) 지위를 얻은 오늘날 종가를 중심으로 그 음식법이 이어지면서 종가음식이 된다. 그리고 정치권력과 관계없는 서민들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스스로 생산하는 농산물로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향토음식이 전개된다. 향토음식은 해당 지역 사람들이 최소 100년에 걸쳐 선호한 음식으로 시간이 지나 역사성을 가지면 전통음식이 된다. 결과적으로 종가음식은 궁중에서 반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양반 계층에 정착된 음식이다. 한편 지역 세력이 구분되는 시대에 해당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간적 속성을 갖는 향토음식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성격을 갖는 종가음식은 가문에서 몇 세대를 거쳐 내려온 음식이기 때문에 시간적 속성, 즉 역사성을 갖는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종가음식은 같은 공간에서 세대 간 다른 시간을 이어주는 음식이기 때문에 내림음식이라고도 부른다.
그동안 한국은 높은 수준의 산업화를 이루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위해 생산성에만 집중해 왔다. 항상 목표로 한 높은 생산성은 다양성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한국음식 연구도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성장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던 종가음식 연구를 통해 한국음식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한국의 음식문화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