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리 & 줄리아 리뷰
“어떡해, 줄리아가 나를 싫어한대...“
내가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응 듣게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사실 꽤 흔히 접할 수 있는 구도입니다. 동경하던 인물이 사실은 나와 다를 것 없는, 질투도 하고 때로는 나보다 못나기도 한 한낮 인간에 불과하다는 설정 말이죠.
사실 생각해보면, 롤모델도 인간입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이유는 없는 것 처럼요. 내가 동경하는 존재라고 해서 꼭 나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낫고, 더 포용력이 좋고, 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시야일 수 있겠습니다.
줄리 입장에서 보다 보니까 참나, 또 싫어할건 뭐람? 싶기도 했지만 찬찬히 줄리아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녀의 반응이 이해는 되더라구요.
그 정신나간 교장한테 온갖 욕 먹어가면서, 겨우겨우 힘들게 프렌치 요리 출판을 해냈더니 나의 요리를 너무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한 거죠. 정통 프렌치 요리를 알리겠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엉망진창으로 그저 하루하루의 도장깨기 챌린지로 가볍게 다뤄진다는게 기분이 나쁠수도 있었겠네요. 그녀에게는 그녀 나름대로의 또 타당한 이유는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도 줄리아는 줄리를 굉장히 싫어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요리를 격하시킨것에 대해서 아주 기분이 나빠했다고 하죠.
그렇지만 영향을 제공한 사람인 만큼,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제공한 영향이 항상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만 펼쳐질 것이다, 라고 기대하는 것 또한 원작자의 오만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제공한 영향이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는 모르는 일이고, 그렇기에 모든 창작자와 원작자는 영향력의 힘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발현된 결과들도, 원작자가 포용해야하는 결과 중에 하나인 것이죠. (줄리아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줄리의 의도와 달랐을 뿐.)
이와 별개로, 영화는 너무나 좋습니다. 힐링이에요.
1년동안 568개의 레시피를 도전하면서, 비프 브뤼기뇽부터 맛있는 바바리안 케이크까지. 행복한 음식의 향연이 끝이 없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평을 찾아보면 줄리아가 요리 배우는 장면이 더 재밌다 (줄리아가 주인공 같다) 라고들 하는데... 저는 줄리가 요리에 도전하는 장면, 행복한 표정으로 창가에 앉아 요리에 대한 글을 써내려가는 장면들이 훨씬 좋았습니다. 마치 힐링 브이로그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매일의 도전을 지속해나가면서, 매일의 성취를 쌓아나가는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하루하루들. 가끔은 생채기가 나기도 하지만, 상처 속에서 또다른 새싹이 돋아나는 줄리아를 지켜보는 것도 꽤나 즐거웠구요.
결국 핵심은, "초기의 마음을 기억할 것".
줄리아도 첫 마음은, 하인이 없는 미국인들에게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하는 법을 소개해주는 거였죠. 심지어는 본인조차도 완벽한 요리를 구사하는 요리사는 아닙니다. 파이 옆구리가 터져서 대충 반죽을 쑤셔넣고, 원장에게는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폭언을 듣기 일쑤였죠.
언제나, 처음의 마음을 기억합시다. 여러겹으로 쌓인 시간을 걷어내고 나면, 뽀오얀 씨앗 속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잖아요?
Bon Appet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