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플레이트 위 싱그럽고 뭉근한 시드니의 맛
시작은 호주였다.
원래도 브런치를 만들어먹길 좋아하는 나이지만,
브런치에 대한 사랑이 더욱 열렬해진 건 바로 아침을 사는 나라, 호주를 다녀오고 나서부터였다.
넉넉지 않았던 휴가 기간 탓에 고작 시드니라는 도시 하나밖에 다녀오지 못했지만,
모든 카페가 6-7시면 열고, 오후 3시, 늦어도 오후 5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모습은 정말 쇼킹했다.
아침 7시면 브런치카페에 모여 앉아 건강한 브런치와 함께, 소소한 스몰톡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사람들.
그들 사이로 환하게 스미는 황금빛 햇살이 완벽한 조미료였달까.
그런 호주의 브런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바로 아보카도다.
고소한 사워도우에 크리미 한 사워도우가 입안에 뭉근히 들어가는 이 느낌. 아침을 깨우는 이 싱그러운 맛.
내 입 속에 고스란히 담아 온, 시드니의 기억이다.
그렇게 시드니에 다녀온 후 우리 집 시그니처 모닝밀로 자리 잡은 메뉴가 바로, 브런치 플레이트다.
브런치플레이트를 만들 때 필수로 들어가는 주인공은 바로 아보카도, 토마토, 사워도우, 계란.
여기에 가끔 조연으로 베이컨, 소시지, 버섯, 허브 (딜/파슬리) 등이 그때그때의 냉장고 사정에 따라 더해진다.
오늘의 주인공들, 그리고 냉장고 사정에 따른 조연들까지
도마 위에 꺼내어 쫙- 줄 세워주면 만들 준비는 완료!
먼저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노릇노릇 구워준다.
(내가 사랑하는 사워도우를 잠깐 소개해보자면, 연희동 르블랑쉬, 한남 아티장베이커스, 공덕 파네트의 사워도우를 정말 좋아한다. 겉면은 빠작하면서, 안쪽은 쫀-득하게 큰 기공이 살아있는 완벽한 사워도우.
사워도우가 없으면 동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하는 수 없이 급하게 통밀빵을 공수하기도 한다.
주로 파리바게트의 파란라벨라인. 그렇지만 확실히.. 맛이 덜하다...!)
버터가 없으면 올리브유만 두르고 구워도 되지만, 뭔가 0.2% 부족한 그 맛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다이어트는 다음에 하고, 이왕이면 프레지덩 버터로 구워준다.
빠작빠작하게 구워진 사워도우는 반 조각내어 예쁘게 플레이트에 올리고,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반달모양으로 썰어준다.
대저토마토 시즌이라면 꼭 대저토마토를 사용해 보자. 짭짤한 맛이 나서 훨-씬 풍미를 끌어올려주니까.
냉동아보카도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프레쉬한 게 생명이기 때문에, 냉동 사용은 절대 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계란 프라이 굽기. 계란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올리브유를 아주 넉넉하게 부어준다. 그리고 절대! 계란을 뒤집지 않는다. 예쁜 동그란 노른자를 그대로 살리려면, 끓는 기름을 수저로 위에 부어주면서 익히면 된다. 뒤집는 순간 망해버리는 건 아주 순식간이다. 절대금지...
이제 마지막으로 계란까지 플레이트 위에 쓱-올려주고 나면, 마지막 의식만이 남았다.
바로 올오-소금-후추 의식.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둘러주고, 소금 넉넉히, 후주 넉넉히 갈아준다.
(tip. 올리브오일은 피쿠알 품종을 사용하면, 푸릇한 청사과향이 나서 더욱 잘 어울린다.)
사워도우 살짝 자르고, 그 위에 계란, 아보카도, 토마토를 층층이 쌓아 올려 먹으면...
시드니의 뭉근한 맛, 그 싱그러운 뭉근함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브라운, 화이트, 초록, 빨강. 대비색이 가득한 플레이트 위 요 생생한 컬러들도 행복을 돋우고.
생생한 싱그러움을 입안 가득 채우고 나면 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는다.
더하며.
이 간단하지만 행복한 맛을 시드니에서처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여러 지인들을 초대해 몇 번이고 소소한 모닝 브런치 플레이트 파티를 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유혹 (?) 메시지에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반응해 주었던 것도 쏠쏠한 재미 ㅎㅎ
올리브오일-소금-후추의 매력에 빠진 지인들이 속출해서 너무나 행복했달까. 우리 집에서 행복한 아침식사를 즐기고 가고는 집에서도 계속 생각나서 해 먹었다는, 어떤 올리브오일을 구매하는 게 좋겠냐는 지인들의 연락을 받으면서, 나눌수록 복리로 불어나는 행복에 또 즐거웠다. 또 놀러 오세요 모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