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내어받은 따듯한 마음 조각
푹푹 내리쬐는 7월 어느날의 아침 출근길.
한 김 푹 고아진 콩나물시루마냥 터덜터덜 발걸음을 이끌며 출근하던 어느날.
저질러버렸다.
여섯 달 동안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조조 책 읽기 모임 신청하기!
나는 정말로 청개구리같은 면이 있어서,
지치고 힘이 들 때면 오히려 반작용으로 충동적인 에너지가 불쑥 튀어오를 때가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36도를 웃도는 이 찜통더위에도 나는 출근을 해야하는데... 아직 화요일 밖에 안되었다니...
도무지 남은 3일을 출근할 에너지가 마음 바닥을 박박 긁어모아도 모일 것 같지 않은 날.
그렇게 출근버스에 겨우 몸을 싣던 와중에 눈에 띄어버린거다.
오랫동안 지켜보던 책방밀물의 조조 독서 모임 모집 공고와, 내가 확인했던 그 시점에 잔여석이 1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
원데이라 부담도 없고, 토요일 10시에 시작이라 주말 아침도 알차고 가뿐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스케줄이었다. 그 공고를 보자마자 빛의 속도로 결제를 했고, 드디어 6개월동안 미루기만 하다가, 충동에 기대어 5초만에 예약완료!
(나는 정말이지 내가 P인게 좋다. 모든 새로운 경험은 충동으로 이루어진다 (?))
충동적으로 만든 계획에 따라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 주말 아침 시작.
일찍 일어나서 산뜻한 기분으로 우아하게 조조 모임에 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더운 날씨에 콩나물시루가 되어버린 내 몸뚱아리는 쉽사리 일찍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국 쫄쫄 굶은 빈속과 함께, 약간은 나의 충동성을 후회하며 겨우겨우 성산동 초입까지 도착.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그래 이거지- 싶었다.
일단 책방지기님이 팡팡- 틀어주신 24도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속절없이 행복하게 무너져내렸고
오히려 쨍쨍한 날씨라, 창문으로 햇살이 밝게 스미는 너무 예쁜 책방 분위기까지.
내가 상상하던 책방에서의 주말아침 그대로였다.
너무나 소중히 가꿔오신 것이 보이는 공간.
책 하나하나에 가득 적힌 소중한 코멘트들. 고민들. 생각들.
정신없이 하나 둘 눈에 담고 있다가
"어떤 음료 드시겠어요?
"녹차, 캐모마일, 아메리카노 ... 등등 여러가지 있어요!"
하는 책방지기님의 물음에 겨우 고개를 들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하고 빈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기다린 후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반갑게 맞이하려던 그 순간,
책방지기님이 스윽 작은 접시 하나를 함께 놓아주셨다.
"저희 엄마가 오늘 아침에 싸주신 김밥이에요. 두 알씩 나누어 드릴테니 함께 드셔주셔요."
쫄쫄 굶은 빈 속이라 그랬나, 예상치 못해서 그랬나.
화려한 재료 없이 집에서 만든 투박한 김밥 두 조각이
어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함께 나누어 받은 것 만 같아서 가슴까지 햇살이 스미는 기분이었다.
책방 안으로 스며들던 햇살이, 마음 속 깊은 곳 까지 스며들던 순간.
이보다 더 따스한 주말 아침이 있을까 ! :)
김밥 두 조각으로 허한 속을 채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흐리던 정신을 깨우며 알차게 채운 7월 어느날의 토요일 아침.
책방 밀물이라는 매개체로 우연히 만나게 된 낯선 사람들과의 두시간.
책 한권을 정해놓고 다같이 읽는 독서모임들과는 다르게,
각자가 자유롭게 가져오거나 산 책을 읽고, 각자 다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의 나라면 고르지 않았을 다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양하고 어쩌면 꽤 생소한 여러 취향과 시선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도,
새로운 세계를 엿보고 온 기분이랄까!
난생 처음 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책방 문을 나올때에는 나도 모르게 내 손에 책 두권이 들려있었다. (당해버렸다 .. ! 흐흐)
새로운 발걸음 하나가, 행복한 하루의 시작을 열고
나누어 받은 작은 마음이, 행복한 아침을 만들고.
행복한 아침이, 결국 행복한 하루를 만드는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