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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사람 Jul 15. 2021

짧고도 긴 280일간의 나의 업무들 part1. 전반전

아이를 품는 일


임신 기간이 280일, 40주인 것은 알았으나 임신을 알게 된 순간 이미 4주 또는 6주가량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은 몰랐다.

내가 그 방면에 너무 무지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의외로 내 주변에서도 마지막 생리일이 임신 0주 차이고, 배란기간이 2주 차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러니까,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아기집을 확인하는 그 처음 절차는 대략 임신 6~7주 차이다.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임신기간은 34주 정도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배란테스트기로 준비를 했기에 예상 배란일 2주 뒤에 임신 테스트를 했고 선명한 두줄이 나왔다.

나와 남편 모두 기쁨과 흥분보다는 생각보다 빠른 성공(?)에 어리둥절했고,

혹시 아닐 수도 있으니 퇴근길 혼자 병원에 쓱 들려보겠다고 했었다.


퇴근 후 회사 맞은편에 있는 산부인과를 갔고 초음파와 균 검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직 아기집이 보이지는 않으나, 임신이 맞다며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참 계획적으로 준비했지만, 문득 ‘지난주에 마신 와인은 괜찮은 건지, 오늘 아침 마신 커피는 괜찮은 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내가 이제 임신부가 되었구나.’



2020년 마지막 술, 이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마무리 짓지 않았을텐데 ㅎ


임신을 하면 산부인과에 가는 일뿐 아니라 회사에 알리고 그에 따른 절차를 밟는 일, 정부에서 마련한 지원을 받는 일 등

몇 가지 꼭 진행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 의외로 이걸 한 바닥으로 정리한 콘텐츠가 없어서 ‘임신 몇 주 차 확인사항’을 그때마다 검색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말 (‘이건 확인해봤지?’, ‘이거 알지?’ 하는 식)로 그때그때의 일들을 마주한 것 같다.

이에, 나름의 한 바닥 콘텐츠를 만들어 봤다. 물론, 이건 ‘나의 임신’ 관점에서 한 일들이므로 개인차는 분명히 있다.


- 4주 차

  0주 차는 마지막 생리일이고, 4주 차 사이에 배란일이 있다. 이 시기가 가장 빨리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을 알 수 있는 시기이다.


- 5주 차

  산부인과에 방문하더라도 아기집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균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해서 임신 여부를 파악하는데 진료비가 의외로 셌다. (65,200원 *병원마다 차이 있음)


- 6주 차

  아기집이 보이는 시기다. 아기집이 확인되면 병원에서 임신 확인증을 발급해주고 그날 바로 건강보험공단에서 국민행복카드 관련 안내 문자가 온다.

  때문에, 계획임신의 경우, 4주 차에 알았더라도 1~2주 정도 조심하고, 6주 차에 처음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5주 차 비용이 은근히 아깝고, 아기집을 보기까지의 시간이 참 더디 간다.

  그리고 임신 확인증으로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려 모성보호제도에 적용될 수 있는데

  임신 초기 2시간 단축 근무(12주 0일까지)와 태아 검진 반차 사용 (임신 28주까지 4주에 1번, 29주부터는 2주에 1번 4시간)이 가능한 제도이다.


- 7주 차

  임신이 확인되고 나서, 출산 가능한 병원으로 알아보고, 주기적으로 방문할 산부인과를 정했다.

  저출산이다 보니, 생각보다 출산이 되는 산부인과가 많지 않았다.


- 8주 차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60만 원 임신 바우처를 받기 위해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했다.

  베베폼, 미즈톡톡 같은 육아 관련 플랫폼이 있는데, 여기를 통해 카드를 신청하면 5만 원 정도 가격대의 사은품을 준다.

  사은품이 쏠쏠해 해당 플랫폼에서 신청을 하는 게 대세 같았고, 나 역시도 기저귀 쓰레기통을 받아서 지금도 아주 잘 쓴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핑크 배찌와 엽산을 받았다. 보통 산전검사도 보건소에서 해주는데, 코로나로 해당 업무가 중단됐었다.


- 9주 차

   출산까지 고려한 병원에서 산전 검사와 아기 심장소리를 들었다.

   나는 계획임신으로 임신 3달 전쯤 부부 건강검진을 받았던 터라 해당 검사 결과를 지참하여 몇 가지 검사만 받았다.

   산부인과에서 산전검사를 받으면 비용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름 비용을 절감했다.


- 10주 차

   태아 보험과 산후조리원 계약을 이 시기에 해두면 할인이 적용되어 많이들 하는 시기이다.

   나 역시도 두 가지 모두 계약을 끝냈는데, 산후 조리원의 경우 2~3개 투어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코로나 시국과 긴긴 장마철 기간이었던지라

  온라인으로 샅샅이 조사를 한 뒤, 마음먹은 곳으로 가서 안내를 받은 뒤 계약을 해버렸다.

  태아 보험은 태아부터 약 20세까지 적용되는 어린이/미성년자 보험의 확장 개념 같다.


- 12주 차

   1차 기형아 검사를 받는다. 피검사와 함께 입체 초음파로 뇌 모양, 머리둘레, 목 투명대, 콧대 등을 체크한다.

   목 투명대가 3mm 미만이어야 염색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본다.


- 16주 차

   2차 기형아 검사를 받는다. 이때 역시 피검사와 함께 초음파로 발가락과 손가락 개수를 체크한다.

   이때 성별을 알 수 있기도 한데, 나의 경우 선생님이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초음파를 통해 아들이겠구나 하는 표시가 보였었다.

   기형아 검사의 경우 저위험군(정상), 고위험군으로 수치를 구분하게 되는데 검사 결과를 받는데 며칠이 소요됐었다.

   그 며칠에 무슨 알고리즘이 있는지 희한하게 기형아 검사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어서 은근 스트레스를 받았더랬다.

   나의 경우, 저 위험군으로 나왔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10주 정도 되었을 때의 초음파. 4cm도 안되는 크기지만 머리, 팔, 다리가 있고 빠른속도로 심장이 콩닥콩닥 거린다.


16주까지를 임신 초기로 본다고 한다. 겉으로 티는 안 나지만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고, 나의 낮은 체력과 입덧을 마주하는 때이다.

평소 음주를 즐겨 이따금씩 숙취를 느껴와서 인지 운이 좋게도(?) 입덧이 없었지만

나 또한 은근한 무기력함과 입덧만큼 무시무시한 대상포진을 마주했었다.


특히 처음 겪었던 임신부라는 신분은 애매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꽉 찬 출퇴근 버스의 임신부 전용좌석에 누구라도 앉아있으면 양보받기가 무안해서 배찌를 가방으로 다시 넣었고,

대상포진인 것 같아 급히 피부과에 갔을 때, 임신 초기라는 이유로 진료를 꺼려해 당혹스러웠었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회사에 언제쯤 알려야 할까 하는 그 타이밍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나의 배도 조금씩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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