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는 일
임신 기간이 280일, 40주인 것은 알았으나 임신을 알게 된 순간 이미 4주 또는 6주가량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은 몰랐다.
내가 그 방면에 너무 무지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의외로 내 주변에서도 마지막 생리일이 임신 0주 차이고, 배란기간이 2주 차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러니까,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아기집을 확인하는 그 처음 절차는 대략 임신 6~7주 차이다. 때문에 실제로 느끼는 임신기간은 34주 정도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배란테스트기로 준비를 했기에 예상 배란일 2주 뒤에 임신 테스트를 했고 선명한 두줄이 나왔다.
나와 남편 모두 기쁨과 흥분보다는 생각보다 빠른 성공(?)에 어리둥절했고,
혹시 아닐 수도 있으니 퇴근길 혼자 병원에 쓱 들려보겠다고 했었다.
퇴근 후 회사 맞은편에 있는 산부인과를 갔고 초음파와 균 검사를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직 아기집이 보이지는 않으나, 임신이 맞다며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참 계획적으로 준비했지만, 문득 ‘지난주에 마신 와인은 괜찮은 건지, 오늘 아침 마신 커피는 괜찮은 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내가 이제 임신부가 되었구나.’
임신을 하면 산부인과에 가는 일뿐 아니라 회사에 알리고 그에 따른 절차를 밟는 일, 정부에서 마련한 지원을 받는 일 등
몇 가지 꼭 진행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 의외로 이걸 한 바닥으로 정리한 콘텐츠가 없어서 ‘임신 몇 주 차 확인사항’을 그때마다 검색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말 (‘이건 확인해봤지?’, ‘이거 알지?’ 하는 식)로 그때그때의 일들을 마주한 것 같다.
이에, 나름의 한 바닥 콘텐츠를 만들어 봤다. 물론, 이건 ‘나의 임신’ 관점에서 한 일들이므로 개인차는 분명히 있다.
- 4주 차
0주 차는 마지막 생리일이고, 4주 차 사이에 배란일이 있다. 이 시기가 가장 빨리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을 알 수 있는 시기이다.
- 5주 차
산부인과에 방문하더라도 아기집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균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해서 임신 여부를 파악하는데 진료비가 의외로 셌다. (65,200원 *병원마다 차이 있음)
- 6주 차
아기집이 보이는 시기다. 아기집이 확인되면 병원에서 임신 확인증을 발급해주고 그날 바로 건강보험공단에서 국민행복카드 관련 안내 문자가 온다.
때문에, 계획임신의 경우, 4주 차에 알았더라도 1~2주 정도 조심하고, 6주 차에 처음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5주 차 비용이 은근히 아깝고, 아기집을 보기까지의 시간이 참 더디 간다.
그리고 임신 확인증으로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려 모성보호제도에 적용될 수 있는데
임신 초기 2시간 단축 근무(12주 0일까지)와 태아 검진 반차 사용 (임신 28주까지 4주에 1번, 29주부터는 2주에 1번 4시간)이 가능한 제도이다.
- 7주 차
임신이 확인되고 나서, 출산 가능한 병원으로 알아보고, 주기적으로 방문할 산부인과를 정했다.
저출산이다 보니, 생각보다 출산이 되는 산부인과가 많지 않았다.
- 8주 차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60만 원 임신 바우처를 받기 위해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했다.
베베폼, 미즈톡톡 같은 육아 관련 플랫폼이 있는데, 여기를 통해 카드를 신청하면 5만 원 정도 가격대의 사은품을 준다.
사은품이 쏠쏠해 해당 플랫폼에서 신청을 하는 게 대세 같았고, 나 역시도 기저귀 쓰레기통을 받아서 지금도 아주 잘 쓴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핑크 배찌와 엽산을 받았다. 보통 산전검사도 보건소에서 해주는데, 코로나로 해당 업무가 중단됐었다.
- 9주 차
출산까지 고려한 병원에서 산전 검사와 아기 심장소리를 들었다.
나는 계획임신으로 임신 3달 전쯤 부부 건강검진을 받았던 터라 해당 검사 결과를 지참하여 몇 가지 검사만 받았다.
산부인과에서 산전검사를 받으면 비용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름 비용을 절감했다.
- 10주 차
태아 보험과 산후조리원 계약을 이 시기에 해두면 할인이 적용되어 많이들 하는 시기이다.
나 역시도 두 가지 모두 계약을 끝냈는데, 산후 조리원의 경우 2~3개 투어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코로나 시국과 긴긴 장마철 기간이었던지라
온라인으로 샅샅이 조사를 한 뒤, 마음먹은 곳으로 가서 안내를 받은 뒤 계약을 해버렸다.
태아 보험은 태아부터 약 20세까지 적용되는 어린이/미성년자 보험의 확장 개념 같다.
- 12주 차
1차 기형아 검사를 받는다. 피검사와 함께 입체 초음파로 뇌 모양, 머리둘레, 목 투명대, 콧대 등을 체크한다.
목 투명대가 3mm 미만이어야 염색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본다.
- 16주 차
2차 기형아 검사를 받는다. 이때 역시 피검사와 함께 초음파로 발가락과 손가락 개수를 체크한다.
이때 성별을 알 수 있기도 한데, 나의 경우 선생님이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초음파를 통해 아들이겠구나 하는 표시가 보였었다.
기형아 검사의 경우 저위험군(정상), 고위험군으로 수치를 구분하게 되는데 검사 결과를 받는데 며칠이 소요됐었다.
그 며칠에 무슨 알고리즘이 있는지 희한하게 기형아 검사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어서 은근 스트레스를 받았더랬다.
나의 경우, 저 위험군으로 나왔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16주까지를 임신 초기로 본다고 한다. 겉으로 티는 안 나지만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고, 나의 낮은 체력과 입덧을 마주하는 때이다.
평소 음주를 즐겨 이따금씩 숙취를 느껴와서 인지 운이 좋게도(?) 입덧이 없었지만
나 또한 은근한 무기력함과 입덧만큼 무시무시한 대상포진을 마주했었다.
특히 처음 겪었던 임신부라는 신분은 애매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꽉 찬 출퇴근 버스의 임신부 전용좌석에 누구라도 앉아있으면 양보받기가 무안해서 배찌를 가방으로 다시 넣었고,
대상포진인 것 같아 급히 피부과에 갔을 때, 임신 초기라는 이유로 진료를 꺼려해 당혹스러웠었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회사에 언제쯤 알려야 할까 하는 그 타이밍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나의 배도 조금씩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