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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안나 Aug 19. 2021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 경기 광주> 리뷰


저녁 7시 무렵의 남한산성아트홀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침 풍경.

그의 야상곡은 저녁이 아닌 아침을 그린다.


  8월 18일, 광주시문화재단 남한산성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이날 백건우는 12개의 쇼팽 녹턴을 연주했다. 녹턴은 야상곡이라는 뜻으로,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낸 서정적인 피아노 곡을 말한다. 백건우의 녹턴은 군더더기 없이 맑고 깨끗하다. 밤의 고요함보다는 아침의 생기에 가깝다. 까만 하늘, 별, 풀벌레 같은 것들보다는 파란 하늘, 햇살, 시냇물이 어울린다. 멜로디는 명확하고 꾸밈음은 부드럽다. 그는 너무 공을 들이지 않는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게, 무심하고도 담백하게 노래한다.


https://youtu.be/KzbzA1MNH7g

  그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곡은 녹턴 4번 F장조였다. 공연 내내 그의 왼손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노래의 무게 중심이 오른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한 번째로 연주된 이 곡에서만큼은 그의 무게감 있는 왼손 연주를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하게 무대를 채우는 그의 왼손은 선명하게 노래하는 오른손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이었다. 깊게 내려앉는 그의 왼손이 그가 피아노와 함께한 오랜 세월을 말해주었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아쉬움도 있었다. 그의 군더더기도 과장도 없는 직설적인 터치는 고요한 낭만에 빠지고 싶은 이에게는 너무도 무심한 것이었다. 조금 더 꿈을 꾸고 싶은 아이는 맑은 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다. 백건우의 녹턴이 밤보다 아침에 어울리는 이유이다.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

  광주시문화재단은 올해 5월 출범 이후 굵직한 공연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유수의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쁜 일이다. 남한산성아트홀 대극장은 2층 좌석에서도 피아노 선율이 선명하게 들릴 만큼 좋은 울림을 가졌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는 볼륨이 약간만 커져도 소리가 째지는 음향 문제가 있었다. 소리의 전달력이 좋은 만큼 관객 소음이나 잡음 발생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극장 내부는 넓고 쾌적하며, 시야도 좋은 편이다. 지역 예술회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감도 남한산성아트홀만의 장점이다. 좋은 공연만 있다면 외부에서도 충분히 찾아올 만하다. 아직 공연 진행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많아 차차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도 광주에서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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