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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앤쿨 Dec 21. 2022

하늘을 보는 남자

고등학교, 특히나 여고라면 인기 있는 남자 선생님이 한 두 명 계시기 마련일 거다.

우리 학교에 인기 많은 물리 남자선생님이 계셨다.

중년연예인급 외모로 선생님의 잘생긴 아들은 과고를 다니고 있다는 소문지 더해져서 인기가 많으셨다.

내 기억 속에 문학 선생님도 인기가 좀 있으셨던 것 같.

그 시절 내 마음속에는 문학 선생님이 더 자리 잡고 있다.

정작 문학시간에 뭘 배웠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문학선생님이 특전사 출신해주셨던 군생활 이야기가 또렷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감수성 예민한 그 여고시절, 

문학선생님의 어떤 한 마디가 내 마음속 깊이 새겨다.

그 한 마디는 바로,

"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진) 남자를 만나라."


그 말씀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지금도 하늘을 보면 선생님의 그 말씀이 가끔 생각난다.

특히나 요즘처럼 공활하고 청명한 높은 가을 하늘을 볼 때면 더더욱.


그 이후 하늘을 본다는 건 나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다양한 하늘의 모습에 종종 감탄하곤 한다.


그로부터 무려  10년 후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오빠(지금의 남편)와 한 번 만나고

바빠서 연락만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오빠에게서 온 카톡

"우리 하늘 보러 갈래?"

그때 어떤 좋은 느낌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가게 된 상암 하늘공원.

처음 가 본 하늘공원에는 때마침 가을 억새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했고

그때 오빠의 하늘 보러 가자는 말이

요즘도 내가 좋아하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볼 때면

종종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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