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하는 자세
시원한 가을향이 코 끝을 감싼다
아가씨 때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스타킹부터 바꿔신었다.
거의 치마만 입던 시절
봄에는 살색 스타킹을
여름에는 스타킹 없이
가을에는 살색이나 검정 스타킹을
겨울에는 기모 스타킹을
그렇게 스타킹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아주 추운 겨울에도 기모 스타킹으로
추위를 이기며 하이힐을 신고 다니며 누볐던 눈길이
불현듯 떠오른다.
가을을 특히 좋아했던 나는
찬바람이 불어오면
서늘해진 공기에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데이트하러 가던 그 옛 설렘이 새록새록 떠올려진다.
지금의 남편과
가을 무렵 갔던 하늘공원, 여의도 불꽃축제, 남이섬 등
그때의 그 추억들이
내 머릿속에서
화려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제는 그 스타킹들은 양말 서랍장에
몇 년째 고이 모셔두며
언젠가는 신지 않을까 싶어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절의 추억도 담겨있는 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들어 느껴지는 찬 공기에
'보리차를 끓여야겠다'
'가습기를 꺼내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낙엽이 떨어지는 노랑 빨강 가을길을 거닐었던
그 시절의 낭만이
코끝으로 전해진다.